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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1.22 17:33:35
  • 최종수정2018.11.22 17:33:35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어느새 가을이 손바닥만큼 남았다. 이제 화려했던 가을이 가고 있다. 늦가을 내리는 차가운 비에 붉은 단풍이 무참히 떨어지며 길 위에 흩날린다. 행인들은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급히 가고 있다. 살며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그 욕구는 공복처럼 쓰리게 찾아 왔다. 이렇게 쓸쓸해지는 계절이지만 진한 감동의 세례를 받기위한 나의 발걸음도 빠르게 움직인다.

 지역에서 예술로 먹고사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 예술이 국민의 감동과 향유를 누리게 한다는 것은 어쩌면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위선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보여주기 위한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많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을 보는 것은 꽤 드물었다. 뻔한 레퍼토리에 성의 없는 짜깁기 작품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진정한 예술은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자기를 알리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모가지까지 차 더는 어쩔 수 없을 때 표출하는 자기만의 소리이고 행위인 것이다.

 지역 예술가들의 활동에 여러 가지로 제약되거나 갖춰지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특히 예술을 예술로서 보지 않고 그의 사회적 관계가 예술로 인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이 지역 예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러나 지역의 열악한 문화예술에 대한 편견과 낮은 인프라와 지원에도 이번 가을의 끄트머리에 짠하게 물결치는 보석 같은 공연을 발견한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진한 감동이 오랫동안 요동쳤다. 그것은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였고 또 하나는 박서연의 춤과 박종호의 기타연주를 보는 것이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올린 라포르짜 오페라단은 우리 지역에서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지역에서 오페라를 공연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것의 질을 담보해 내기란 더 어렵다. 예산의 문제도 그러하려니와 공연을 올릴만한 제대로 된 극장조차 갖춰지지 않은 현실 속에서 애써 지역을 지키며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러나 이번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는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작품의 질을 담보해낸 보기 드문 역작이었다. 지역 음악계에서 인정받는 성악가들로 짜인 출연진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돋보였다.

 박서연 무용단의 '2018위대한 유산-춤으로의 동행'은 전통의 미와 절제를 보여주는 춤판이었다.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또한 그 것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흉내 내기로 머문다면 참 추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박서연의 춤판은 전통에 머무는 박제 되어진 것이 아닌 전통을 바탕으로 맺고 풀고 어르는 그만의 감각에서 나오는 떨림이 손끝에서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느끼는 작은 춤판이었다.

 박종호의 클래식 기타 콘서트 '고목에 피는 꽃-3'은 깊은 가을을 가슴으로 경험하는 공연이었다. 잔잔한 감동이었다. 죽음의 문턱을 두 번씩이나 넘나들면서도 오롯이 일어서 기타에 아픔을 실어내는 그의 연주는 예술에의 목마름 그 자체였다. 그 절실함으로 40여 년 동안 기타를 놓지 않았고 고목에 꽃을 피우기 위한 연주는 계속됐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을 프로라 칭하지 않는다. 영원한 낭만주의자, 박종호의 미세한 손떨림이 관객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공연이었다.

 가을 마지막 잎사귀처럼 절실히 예술 혼에 매달리는 지역 예술가들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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