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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8.02 15:08:20
  • 최종수정2018.08.02 15:08:2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폭염이 온 세상을 달구고 있습니다. 가만 앉아 있어도 온몸이 땀투성입니다. 어지럼증이 날정도 입니다. 푹푹 찌는 열기에 무엇 하나 제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가슴을 뚫고 나가 저 바닷가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늘을 찾아다니다 만난 배롱나무에선 빨간 꽃망울들이 익어 힘없이 뚝뚝 떨어집니다. 세상이 미친것 같습니다. 하기야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제대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고 힘든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요 며칠 폭염 속에서조차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들을 살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그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것조차 모르는데 세상에 최선을 다하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은 흠결조차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견딜 수 없는 자괴감으로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가슴 저리게 그 사람이 그립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삽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선택을 남에게 던져놓은 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스스로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한 인간은 선택을 하였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가 짊어졌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정 지켜내야 할 것들을 지켜내지 못하고 역으로 당하는 비극이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비는 옳은 사람이 맞고 옳지 못한 사람은 비를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옳지 않은 사람은 늘 옳은 사람의 우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래서 늘 옳은 사람들이 당한다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아주 극명하게 나타내는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진정 우리가 촛불로 만든 세상은 참 좋은 것이지만 이 속에는 그 열기만큼의 어둔 그림자도 함께 있는 것입니다. 결코 이를 벗어나 살 수 없는 아픔이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촛불이후 적폐청산과 새로운 나라의 질서를 만드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혀 변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그곳은 관료사회라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세상에는 여당과 야당이 있지만 이보다 더 오래되고 견고한 집단이 관료사회라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가장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지요. 어쩌면 오래된 적폐 그 자체입니다.

촛불의 힘이 우리 사회에 만연된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이 실력을 길러야 할 듯합니다. 이들은 스스로의 무기가 도덕성에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왔지만 자신에게 향하는 스스로의 칼날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습니다. 그로인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그 칼에 자신의 상처를 덧내곤 했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세상을 제대로 경영할 힘이 부족한 듯합니다. 아프지만 이럴 때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며 때를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지요.

무기력하게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욕됩니다. 사회적 관행과 눈감음에 의해 정의가 무너져 내리는 현실에서 입술을 깨물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픕니다. 그러나 이 땅의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라도 관행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힘을 더 길러야 합니다. 집착을 벗어내는 아픈 기다림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길입니다. 더 이상 함부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 일은 하며 당당히 갈 길을 가야 하는 거지요.

이럴 땐 비라도 시원히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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