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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봄은 기억해야 할 것이 많은 계절이다. 특히 요즘 같은 늦은 봄날 어딜 가도 꽃 잔치가 펼쳐질 때면 더욱 그러하다. 이달만 해도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뿐만 아니라 광주민주항쟁,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의 서거일 까지 달력에 기억되어야 할 날들이 빼곡하다. 사람이 산다는 게 어쩌면 기억의 적층을 베고 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곤봉세례를 받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 때만해도 우리 사회에 대한 민주화의 확신과 더불어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 결코 부끄럽거나 후회스럽지 않았다. 이 땅의 아들로 태어난 것에 대해 더 없는 긍지를 가졌다. 진정 그 것은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정의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더 도덕적이도록 자신을 채근했다. 그것이 이 땅의 부정부패를 이겨내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젊은 시절, 오월은 그렇게 나를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터로 인도했고 그때의 믿음은 지금도 확고하다.

요즘 들어 부쩍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진다. 별일 아닌데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을 못하고 언성부터 높인다. 아무리 억제하고 자제하려 애쓰지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나이 들며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절망들에 막혀 길을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무엇이 잘 됐는지 잘못됐는지 그저 방울소리만 듣고 따라가는 눈먼 소 같은 내 모습이 화가 난다.

또한 근년에 우리사회는 가슴의 큰 핏덩이를 터치는 많은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비극의 종착역이 될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 사회는 그것을 기억하고 극복하기 위한 걸음을 한발자국도 제대로 떼지 못하였다. 그 것은 이 나라의 무능과 부패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보다 떠넘기고 숨기는 편협한 정치권에서의 진영논리 싸움에 국민들은 더 절망하였다. 이럴 때 나는 무엇하고 있나. 나 자신도 이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 전가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밤잠을 못 이루며 고뇌한다.

논어 옹야편에 보면 공자에게 노나라 애공이 제자들 중에 배움이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을 때 안회(顔回)라고 대답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는 화를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습니다.(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그런데 그는 지금은 죽고 없습니다." 가장 아꼈던 제자 안회가 지식이 아닌 자신의 성찰을 바탕으로 남에게 전가시키지 않는 품성을 지녔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동안 내 속의 화를 다스리고 두 번 잘못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남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어리석음을 수없이 저질렀다. 언제부턴가 시대를 외면하려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삶은 수많은 선택의 과정이고 무엇을 선택하건 하등의 그릇된 것은 없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삶이다. 진정 새로운 길의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낡은 생각을 헐어버려야 한다. 그것이 불이과(不貳過)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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