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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벌써 1월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온 도시를 얼리고 있다. 뿌연 눈발이 내리는 저녁 하늘을 멍하니 한참이나 응시한다. 베란다 창 너머 초라한 중늙은이가 서 있다. 벌써 인생의 한 사이클을 채운 내 모습이 괜히 서럽다. 세월 참 빠르게 지나간다. 무엇하나 제대로 한 것 없는 것 같은데 벌써 환갑의 나이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가슴이 허하니 먹먹해진다.

지난 한해 우리 모두 코로나19라는 질병의 터널에서 많이 힘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막막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기만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동굴에서 절망과 고통의 날들을 보내야 했다.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질병의 불안은 인간의 기본적인 접촉조차 막았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방역의 대상이 된 서로에 대한 불신은 고립과 불안을 가져왔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코로나블루라는 증후군으로 사회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우리는 알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그 방역의 최전선에서 감염의 두려움을 떨치고 피땀을 흘린 의료진들의 헌신을 보며 모두 감사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K방역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은 이러한 우리 모든 국민들의 절제와 헌신, 협력이라는 눈물겨운 모습에서 나온 것이다. 그간 우리 국민은 참 열심히 살아왔다. 방역과 거리두기로 인하여 생계의 끈조차 막혀 살아가기 힘들더라도 더 이상의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포기하며 살아왔다. 참으로 위대한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그럼에도 세상은 이를 악용하는 모습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에도 기존의 자기껍데기를 벗어내지 못하고 변화의 물결을 거부하는 구태의 세력들도 있었다. 강대국이라는 국가들은 백신에 대하여 입도선매하며 자국이기주의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도 몇몇 사회적 지도자라 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방역노력을 폄하하며 실패하기를 바라는 듯 막말들을 늘어놓기도 했다. 또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몇몇 집단의 이기적인 주장과 그릇된 믿음으로 질병의 온상이 된 소수의 종교집단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의 긴 어둠의 터널은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혼돈과 불안의 어둠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모두의 가슴에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치료제들과 백신들이 나온다하더라도 아직 질병의 터널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오랜 기간 우리들의 수고는 계속되어야할지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감염을 낮추고 죽음을 줄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변이의 질병은 우리 곁에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인류가 존재하는 한 결코 없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이제 세상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기존의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고 있다.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직 질병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끝의 빛이 희미하게 보인다. 저 곳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길을 묵묵히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어야 하지 않을까. 서두르거나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껍데기를 벗어내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비워야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소띠 해에 우보만리(牛步萬里), 소의 걸음처럼 우직하지만 멀리 보며 묵묵히 걸어가는 나를 본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저 하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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