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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하늘이 깊다. 가을이 저 혼자 흔들리며 운다. 참 쓸쓸하고 외로워서 좋다. 이럴 때면 더 외로워지기 위해 멀리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보며 괜한 상념에 잡히기도 하고, 소식 없던 친구에게 전화 한통화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창가에 기대어 새벽이 되도록 칼칼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좋고, 젊은 시절 붙잡아둘 수 없었던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하는 것도 너무 좋다. 가을은 망설임 없이 나에게 들어온다.

저녁안개가 흐른다. 낮게 깔린 희뿌연 안개 숲을 지나다 보면 위태로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살다보면 이렇게 난감할 때가 많다. 아무도 손 내밀어주지 않는 컴컴한 길을 헛발디디며 지금껏 용케 살아왔다. 돌아보면 이렇게 세상을 더듬거리며 살아왔다. 무엇을 어떡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많았다. 비상등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천만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저 혼자 가을 중 싸대듯 위태롭게 살아왔다.

살며 무슨 욕심이 그리 많았던지 악다구니로 살아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붙잡으며 허영에 가득 찬 세상을 살아왔다. 남들보다 먼저 가야했고 내가 우선인 것들을 위해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실수투성이의 인생을 살아왔다. 내일이 없이 서두를 때가 많았다. 늦었다 서두르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금은 부끄럽게 천천히 바라보아야 했던 것들을 예단하고 거부하며 내 손에 난 상처만 바라보았다. 그것을 인생이라 치부하며 교만하게 살아왔다.

어디선가 '가시나무 새'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나의 가슴을 뾰족한 가시로 후벼 파는 통증이 찾아왔다. 아, 그래.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그것이 헛된 바람들로, 어쩔 수 없는 어둠으로, 이길 수 없는 슬픔으로 무성한 가시나무 숲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린 새들도 모두 날아가고 바람 불면 외롭고 괴로워서 슬픈 노래를 불렀던 것이었다.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나는 무엇을 찾아 이렇게 아파했는가. 악다구니로 살면서도 그래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믿었다. 누구보다도 따뜻한 눈물을 흘릴 줄 알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나의 욕심이 우선 했던 것이다. 사랑도 그러했고 내가 바라던 세상도 그러했다. 함께 가고자 땀내 풍기며 달려온 길 역시 그렇다. 무엇을 채우려만 했지 비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시에 몸을 던져 큰 울음 울려하지 않았다. 참으로 비겁하게 살아왔다.

이제 더 외롭고 쓸쓸해지기 전에 비워야 할 것들이 많다. 가을을 온 몸으로 부대끼며 마음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도 비워야하는 것임을 느낀다. 그래서 먼 길 떠나 자기를 뒤돌아보며 스스로가 작아지는 것을 쓸쓸히 감내해야 한다. 내 스스로 가둬두었던 섬에서 나가야 한다. 소매에 적셔지는 눈물을 닦으며 늦었다고 느끼는 것이, 안개 속에서 길을 발견하는 시대의 목격자로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살다보면 상처 나는 일들이 많다. 하물며 안개 속을 헤매다보면 자칫 큰 낭패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상처 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으며 헤매며 가지 않은 길이 어디 있겠는가. 이 가을 하늘조차도 흠 없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뒤 돌아 보거나 멀리 바라보면 모두가 아름답지만 지금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프다. 가장 향기롭고 간절한 모든 것들도 세월이 지나면 스러지는 것이다. 모두가 아프고 모두가 서투르다. 그러기에 서로에게 따뜻한 가슴을 열어야 한다. 그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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