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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9.14 14:08:07
  • 최종수정2017.09.14 15:16:53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세월 참 변화무쌍하다. 어느새 가을이 가슴에 스민다. 언제 이렇게 절실하게 계절을 맞이한 적이 있는가. 자문해 본다. 계절이 흐른다. 이제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세월 가며 나도 조금씩은 무너져 가는가 보다. 하늘엔 구름만이 무심하다. 가만 귀 기울여 본다. 하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 강이 흐르나 보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젊은 시절 문화 판에 뛰어들 때를 생각해보면 저 하늘 꼬리만큼 까마득하다. 언제 그리도 세월이 흘렀는지. 이제 귓가에 쌓이는 허연 머리만큼이나 나를 뒤 돌아보게 한다. 나에게는 문화예술은 시대를 비껴가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기에 엄혹한 시절, 문화예술로서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곤 했다. 어쩌면 시를 알기 전에 세상을 먼저 안 때문이기도 하다. 그 당시 문화운동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작은 힘이나마 문화로서 세상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자 하였다. 이 당시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이 노동판에서 문화예술패들을 구성하여 노동운동의 선봉에 서고, 모든 잡지가 폐간되었을 때 비정기 간행물인 무크지를 만들어 게릴라 식으로 시를 발표하던 때가 있었다. 민요보급운동, 노래운동, 현장 미술운동, 마당극 운동 등 문화예술로서 세상을 바꾸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던 날들이었다. 그 당시는 문화운동가라는 이름으로 참으로 치열하게 시대와 현장을 고민해 왔고 그 것이 나의 숙명이라 믿었다.

요즘 문화 판에서는 문화전문인력이라는 사람들을 흔치않게 본다. 이제는 문화를 무기로 정권과 크게 싸울 일도 없지만 문화 판에서 참 열심히 살아가는 후배들을 만날 때면 문화운동가로서의 지난 시절의 기억들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은 그 것이 문화인력, 혹은 문화전문인력, 문화행정가, 문화매개자, 문화기획자라는 말로 불리고 여기에 지역을 붙이면 현장성이 확보되어 지역문화전문인력이라는 용어가 완성된다. 지금의 지역문화전문인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일반적인 문화예술에의 종사 차원을 넘어서 지역의 문제를 극복하고 주민주도의 문화 사업을 시행하여 지역의 재생을 도모해 나가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그 것은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문화 활동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자기가 처한 세상에 대한 깊은 철학적 바탕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기본적인 천착이 없이 그들에게 기능적인 면만을 강조하고 서비스를 교육한다면 어디나 다를 바 없는 문화현장을 양산할 뿐이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고 지역과 소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자기 주도적으로 세상과 맞서 고민하고 애쓰는 그런 지역문화전문가들이 나와야 한다. 그 것은 현장의 요구와 개인의 신념이 결합한 지역문화설계자로서의 모습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화전문인력에 대한 새로운 눈뜸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문화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교육시키고 체험시킨다고 해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문화전문인력이라 지칭되는 이들 스스로가 자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한다고 해도 그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시대만 변했을 뿐 아직도 우리 주변과 지역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많지 않는가. 이러할 때 이들에게도 시대와 지역현장에 대한 변혁의 정신을 요구하는 것이 과한 일일까. 서로 간에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네트워크 속에 어떻게 하면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 대하여 변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주는 것, 바로 그 것이 지역에 살아가는 우리의 문화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역할이 아니겠는가. 이 가을 하늘이 참 깊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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