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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08 13:12:10
  • 최종수정2017.06.08 13:12:1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내린다. 구수한 땅의 냄새를 풍기며 비가 내린다. 오월 찬란했던 봄의 열기를 식히며 비가 내린다.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로 열광했던 가슴에 비가 내린다. 지난 겨우내 수없이 많은 촛불이 타 올랐고 뜨겁고 찬란하게 빛나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다.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희망의 목마름을 풀어주었지만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비가 더 와야 할 텐데.

세월 참 빠르다. 올해가 벌써 유월항쟁 30주년이다. 젊은 시절 거리에서 외치던 민주주의의 함성이 이제는 온 국민들의 촛불로 타올랐다. 1987년으로부터 2017년 촛불혁명이 이루어지기까지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그것은 정권에 대한 투쟁에서 역사의 주체로의 전환이었고 미성숙에서 성숙으로의 변화였다. 87년 타는 목마름으로 외쳤던 생경한 민주주의가 이제 성숙된 모습으로 시민혁명을 이뤘다.

지난 시절 우리가 싸워온 것은, 대한민국의 값진 역사를 독재의 도구로 이용하여 국민들을 탄압하고 편 가르기 하는 자들과의 항쟁이었다. 그들은 국민을 도구로 이용하려 하였지 소중하고 존엄한 가치 있는 존재로서의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지켜져야 할 존엄과 국민적 권리를 되찾기 위한 싸움, 바로 그것이 우리의 유월이고 촛불이다. 그러기에 87년 유월의 서울 시청 앞 광장과 17년의 광화문 광장은 또 다른 장엄한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은 순수했지만 서툴렀고, 민주주의를 요구하였지만 방식은 저들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또한 386으로 지칭됐던 우리 젊은 세대는 찬란한 민주주의의 봄을 책임지기에는 아직 어렸고 스스로의 편 가르기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그로인해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고 허상에 빠져 자기의 벽을 높이 쌓고 있었다. 좌절과 반성의 시간이 필요했고 삶의 현장에서 성숙되는 숙려의 시간들이 필요했다.

우리의 이번 촛불은 이전 87세대에서 가졌던 시위의 모습을 버리고 국민과 함께하는 위대한 시민축제를 이룬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범적인 사례이다. 돌멩이 대신 촛불로 이룬 진정한 시민혁명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노동자 농민으로부터 지식인 까지, 회사원들로부터 주부들까지 모두 함께 이룬 위대한 혁명인 것이다. 87년의 투쟁이 한층 곰삭아지진 상태에서 누구나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민주주의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이룩한 참여와 기억의 소중한 경험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역사의 시대정신을 이룩하는 것이며 언젠가 불쑥 찾아올 어려운 시절에 이를 극복해 내는 위대한 시민의 힘을 간직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이 이룩하는 세상이 아닌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그런 희망의 길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꽃향기에 취해 지난 시대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꽃이 피기도 전에 광장은 마른 바람이 불고 있다. 더 절실하게 기다리고 더 아프게 피워야할 민주주의의 꽃은 아직 제대로 피어나지 못했건만 우리들은 벌써 꽃을 꺾을 욕심들로 꽃밭을 망가뜨리고 있다. 이게 어떻게 만든 세상인가. 얼마나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려온 세상인가. 내세우지 말고 스스로 물러서 도와주어야 한다. 진정한 봄은 장미를 그 자리에 두고 올 때 아름다운 것이다.

비가 내린다. 우리도 이 비처럼 그저 흘러야 한다. 흘러 저 바다를 만나 산만한 고래도 키우고 희망이라는 배도 띄워야 한다. 그 곳에서 노래하라. 작은 냇물이라도 바다의 기억을 가진 위대한 꿈을 노래하라. 비 내리는 날, 유월의 거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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