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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내린다. 그 무덥던 여름의 폭력이 끝나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무섭게 느낀다. 가끔씩 외국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때가 많다. 살기 편리한 세상이 갖는 문명의 이기심이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쿠바와 멕시코의 여행은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쿠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것은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쿠바에서 원 없이 체 게바라를 만났고 그가 왜 혁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혁명광장에 있는 그의 박물관에서 가슴 뜨겁게 그를 껴안아 보았다. 비록 영화에서 보는 그런 수준의 연주는 아니었지만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연주를 보며 쿠바에서의 황홀한 밤을 즐기기도 하였다.

지금의 쿠바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혁명이후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생활수준지표를 갖고 있었음에도 미국의 경제봉쇄가 극심해진 1990년대 이후 쿠바는 궁핍 그 자체였다. 폐허화된 거리와 무너져가는 개인들의 삶터를 지킬 시멘트조차 구할 수 없는 위태한 형국이다. 그 곳 길거리에서 체 게바라를 판매하는 그의 동지들을 보며 가슴을 치기도 하였다. 체가 바라던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견고한 무너짐이랄까. 쿠바는 견뎌내는 힘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잘사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 했고 만족해했다. 아픈 세월을 견뎌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생각과 생활은 활기찼고 자부심에 넘쳐났다. 비록 낮은 수준의 생활이지만 공정한 분배를 통해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혁명광장에 우뚝 서 외치는 호세 마르티는 말한다. "단 한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도 편안하게 잠을 잘 권리가 없다" 미국의 오만으로 야기된 쿠바의 슬픈 현실을 보며 잠 못 이루는 여러 날을 뒤척였다.

멕시코는 어쩌면 참 역동적인 나라다. 또한 이들은 3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정복되어지면서 원주민과 스페인 사람들의 피가 섞인 히스패닉이라는 새로운 인종을 만들어냈고 미움도 함께 동화되었다. 용서와 증오가 뒤섞여져 아픔을 극복해내는 자신들만의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특히 멕시코에서의 프리다 칼로와의 만남은 경이 그 자체였다. 한 여성으로서 겪어야 할 수많은 아픔을 극복하며 그려낸 그의 작품이 남성 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힌 나를 얼마나 반성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멕시코는 마야와 똘데까, 아즈텍 등 수많은 문명과 신들의 나라이다. 멕시코 내에는 350여 개의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있다. 그 중 초룰라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원주민 언어이다. 이곳에는 세계최대의 피라미드가 있는데 이곳을 정복한 스페인군대가 그들의 신전을 짓밟아 없애고 그 꼭대기에 화려한 성당을 지었다. 멕시코 전역의 피라미드나 문명의 터에 그들은 예외 없이 성당을 지었다. 이곳은 기적의 성당이라 불리는 곳이지만 결코 경이로움을 느끼기보다는 정복자의 무례함에 화가 났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생각도 하게하고 적대적 세상으로 나뉜 우리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더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반성도 하였다.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이를 위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하였다. 오만하지 않은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 진정, 문명의 오만은 야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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