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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0.25 17:41:56
  • 최종수정2018.10.25 17:41:56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후드득 새 한 마리 날갯짓하며 낮게 내려앉은 노을 속으로 날아갑니다. 바람 속에 색진 나뭇잎들이 반짝이며 떨어집니다. 지난 계절 기억의 속살들도 함께 내 가슴에 떨어집니다. 이렇게 떨어지는 것들이 나뭇잎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살아가면서 한없이 작아지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가을이 그렇게 가슴을 후벼 팝니다. 애써 기다리던 계절이지만 나에게 가을은 그리 낭만적이거나 멋지지 않습니다.

 며칠 전 오랜 지인의 상갓집에서 종일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아 이일 저일 다 제치고 반 상주 노릇을 했습니다. 사람 사는 게 그래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나름 이리저리 손을 보탰습니다. 제 마음은 그랬는데 알만한 후배가 웬 오지랖이냐 핀잔을 줍니다. 사람들은 그저 종종걸음으로 봉투하나 던져놓고 바삐 상갓집을 빠져나갑니다. 언제부턴가 서로에 대한 관심이 참 야박해졌습니다. 그렇게 쫓기듯 살아가는 모습들이 허다합니다. 자기는 평생 꺾이지 않을 것처럼 당당한 모습들입니다.

 요즘 전화 받기가 겁이 날 때가 많습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도처에서 지인들이 바람에 눕고 낙엽 졌다는 소식이 날아옵니다. 어제도 바람에 낙엽 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참 멍하니 정신을 놓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도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리저리 많이들 아프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가 되면 이런 것들은 그렇게 늘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하는데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아직 낯선가봅니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이 참 가까이 있는데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습니다. 나이 든 내 모습을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노쇠해진다는 것을 스스로가 받아들이기엔 아직 욕심이 많았습니다. 조금은 힘이 없고 점점 꾀죄죄해지는 모습을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조금씩 스스로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나만 바라보았던 시간들이 가슴 아프게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내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감사보다는 분노가 항상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과의 다툼도 있었고 오해도 많이 쌓았습니다. 세상에 대해 종주먹 들이대며 저 혼자 많이 아파했습니다. 삶의 그늘을 늘 못 견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집착으로 인한 것임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살면서 늘 세상에 대해 겸손해야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나 떠날 수 있고 누구나 혼자일 수 있습니다. 저 스스로 다 할 수 있다 생각했던 오만의 세월이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는 게 참 힘든 일입니다. 많이 지우고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편에 나라는 것이 자꾸만 꿈틀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나로 인해 더렵혀지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래서 지우려는 생각조차 잊어야 하는 것이지요. 살아가면서 쓸데없는 일들이 없진 않지만 참으로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모릅니다. 뒤 돌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지만 까짓것 한번 사는 인생 아닌가요.

 세월과 동행하며 겸손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고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느낍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부끄럽게 살지 않고 가는 것, 제대로 한판 세상 살다 가는 것, 이 모든 것이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내 삶의 가을이 물듭니다. 낙엽 타는 냄새가 발걸음에 스밉니다. 사람의 향기에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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