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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용암동 '제주거멍돗'

#제주돼지고기 #제주흑돼지 #황게장 #여수갓김치 #완도전복

  • 웹출고시간2023.09.05 11:26:13
  • 최종수정2023.09.05 11:26:13
[충북일보] '504.48'. 제주거멍돗의 메뉴 앞에 붙어있는 숫자가 의아함을 자아낸다. 504.48 프리미엄, 504.48 거멍돗 오겹, 504.48 숙성 목살 등 모든 고기 메뉴에 같은 숫자다.

이 숫자는 지난 2015년 경남 사천에서 처음 제주 돼지고기 전문점 거멍돗의 문을 열었던 최희석, 김지영 부부가 작정하고 찾아낸 맛의 비밀이다.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제주 돼지고기를 받아 3주간의 습식 숙성을 거친 뒤 이틀 더 건식 숙성한다. 기나긴 인고의 과정을 마친 고기만 손님들의 상 위에 오를 수 있다. 넓은 홀과 주방의 크기만큼이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저온 숙성창고가 존재하는 이유다.

특색있는 음식을 위해 고민했던 이들 부부는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10년 가까지 가게를 운영하며 작은 차이가 큰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일단 고깃집은 계절과 관계없이 덥다는 인식은 거멍돗의 문을 열자마자 깨지고 만다. 올해 청주로 본점을 옮기며 가장 주요하게 생각한 것이 쾌적함이다. 주위의 걱정을 살 정도로 작정하고 준비한 다섯 대의 에어컨이 서늘할 정도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더위가 맹위를 떨친 이번 여름도 손님들은 도리어 시원한 휴양지에 피서 온 기분으로 고기를 즐길 수 있었다.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밥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은 이유는 갓 지은 밥맛이다. 지역 쌀을 쓰고 싶어 선택한 청원생명쌀로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밥을 짓는다. 미리 공기에 담아두지 않아 밥솥에 밥이 떨어지면 시간이 걸리지만 손님들 역시 고소한 밥맛을 위해 선뜻 기다림을 택한다.

504시간 습식 숙성과 48시간의 건식 숙성을 이겨낸 고기는 오겹, 목살, 갈매기, 항정, 가브리 등 부위별로 각자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한층 풍부해진 풍미가 꼭 다시 찾아오는 고기 맛으로 거멍돗을 각인시킨다.
고기를 굽는 불도 여러 번의 변화 끝에 선택됐다. 강원도에서 24년간 전통방식으로 가마에서 굽는 참나무 참숯을 고집한다. 비용과 편의성 때문에 고민했지만 1300℃에서 220시간 구운 참숯은 고기 맛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져왔다. 은은한 불향이 숙성고기의 감칠맛까지 입 안에 가둔다. 굽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작업대에서 손질한 고기를 초벌로 구워 상에 올리는 서비스도 호응이 높다.

사천에서 제공하던 고사리 장아찌는 불판 위에 고기와 함께 올리는 손님들 덕분에 형태가 바뀌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구워먹기 좋은 양념으로 고사리를 무쳐 내니 시작한 것이다. 적당한 양념을 입고 구워지니 금세 고사리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 제주거멍돗 인스타그램
거멍돗만의 특별한 맛 조합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식재료들이 한 곳에 모인다. 상차림으로 제공되는 간장게장은 제주와 남해에서 나는 황게를 쓴다. 살에서 밤맛이 난다는 황게는 돌게나 꽃게에 비해 껍질의 단단함이 덜해 남녀노소 부담없이 깨물어 맛볼 수 있다. 15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간장 맛에 황게간장게장을 따로 사고 싶다는 손님들의 요청이 이어진다. 땡초와 함께 끓인 게구리 라면은 시원하고 칼칼한 입가심 메뉴로 인기다.

제주돼지와 어울릴만한 사이드로 고민한 메뉴는 전복 내장 볶음밥이다. 완도에서 가져오는 전복도 황게와 같은 간장으로 장을 담는다. 신선한 내장으로 밥을 볶은 뒤 전복장 하나를 올려 맛을 더하는 전복 내장 볶음밥도 하나의 대표 메뉴가 됐다.
여수에서 공수하는 갓김치나 자색양파, 부추 등 계절 채소를 이용한 겉절이, 직접 양념해 삭히는 멜젓과 갈치속젓, 표고버섯을 불리고 다져 만드는 와사비표고장 등 곁들임 음식이 거멍돗 제주고기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참기름 한 방울도 50년 전통 기름집에서 가져온다. 거멍돗이 선보이는 모든 음식에 담긴 정성과 시간을 손님들이 알아차린다. 경남 사천에서 시작해 충북 청주로 이어진 거멍돗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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