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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산남동 도자기 공방 '오늘도,자기'

#나만의그릇 #컵만들기 #도자기페인팅 #손으로만드는 #청주도자기공방

  • 웹출고시간2020.09.15 15:44:21
  • 최종수정2020.09.15 15:44:21
[충북일보] 그릇 위로 한떨기 꽃이 피었다. 같은 음식을 담아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떤 컵에는 어렸을 적 향수가 가득한 캐릭터가 그려졌다. 물 한잔을 마셔도 기분이 새롭다.

식기는 단순히 음식을 담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음식의 맛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먹는 사람의 기분을 움직일 힘은 충분하다. 그릇에 자신의 색깔을 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오늘도,자기 인스타그램
손으로 흙을 만지는 일이 당연했던 때도 있었다. 어느 세대에게는 흙장난이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언제부턴가 흙을 만지는 경험이 귀해졌다. 놀이터에서조차 흙을 보기 어려워지면서 흙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이 늘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전문적인 공간이 아니면 흙을 맘껏 만지기 어렵다.

흙으로 만들어 내는 것 중 실생활에 가장 가까운 것이 도자기다. 먹고 마시는 도구를 흙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 '사랑과영혼'에서 본 것처럼 물레를 돌리기는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핸드빌딩 전문 도자기 공방이 있다.
흙을 만지며 쉼을 얻는 것은 물론 원하는 모습으로 나온 결과물까지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아이들은 물론 친구와 연인, 가족 단위의 어른들도 행복한 흙 놀이에 빠진다. 전문적인 장비나 기술은 필요없다. 오늘도자기에서 한달 전 공지하는 시간표에 맞춰 예약을 하면된다. 성인은 2시간, 어린이는 1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김민정 대표의 가르침에 따라 조물조물 반죽을 주물러 원하는 모양의 그릇을 만들거나 컵, 화병 등 사용하고 싶은 물품을 만들 수 있다. 친구를 응원하기 위한 장신구가 되기도 하고 반려물고기를 위한 터널, 반려묘를 위한 밥그릇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따라 건축을 전공했던 민정씨는 5~6년간 건축회사에서 일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업무를 중단했다. 아이들에게 엄마 손이 조금 덜 필요해지면서 민정씨가 고민한 것은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이었다.
결혼 전 서울에서 경험했던 도자기 공방이 떠올랐다. 단 하루의 추억이었지만 그날의 손놀림이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서둘러 도자기페인팅 자격증을 알아보고 서울, 대구 등 민정씨가 원하는 분야를 가르치는 공방을 찾아 다니며 배웠다.

그리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이미 만들어진 제품도 전혀 다른 느낌의 완성품으로 재탄생한다. 손길이 닿는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오늘도,자기'는 민정씨의 성향대로 밝은 배경에 그리는 꽃무늬나 캐릭터 디자인이 많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기다림의 시간조차 설렘이다. 도자기를 만들면 일주일 간의 자연 건조를 거쳐 초벌과 시유, 재벌 작업까지 3주 가량이 소요된다. 가마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대략 9시간, 도자기를 구운 뒤에도 12시간은 기다려야 가마의 온도가 내려가 비로소 문을 열어볼 수 있다.
손으로 많이 만져줄수록 고운 작품이 나오는 것도 민정씨가 좋아하는 도자기의 특징이다. 여러 사람이 똑같이 만들었어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으로 표현된다.

모양이 마무리 된 뒤 자연 건조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물 묻은 스펀지로 표면을 다듬고 손으로 문지르며 애정을 담아야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수강생이 만들고 간 뒤에도 공방에 남은 민정씨는 수없이 그릇을 매만진다. 몰랐던 손톱자국, 미세하게 남은 칼자국도 미끈하게 다듬는다.

가마에 들어간 뒤에는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도자기의 일이다. 그저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단단해져 온전한 모습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잊혀져가던 기다림의 시간이다. 절반은 내가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시간과 가마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합작품이다. 민정씨와 함께 흙을 주물러 3주의 설렘을 빚어낸 이들이 '오늘도,자기'를 나선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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