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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봉명동 과일도매 '계림상회'

#과일전문가 #청주농수산물도매센터 #과일파는청년 #후루띠

  • 웹출고시간2020.03.31 14:07:15
  • 최종수정2020.03.31 14:07:15
[충북일보] 누군가에게는 마냥 어둡기만 한 새벽 5시가 하루 중 어떤 시간보다 활기찬 곳도 있다.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신선한 내음이 가득한 청주 농수산물 도매센터다. 산지에서 막 도착한 과일이 각각의 매력을 뽐내며 선택을 기다린다. 계림상회를 운영 중인 전명구 대표도 수많은 사람 속에서 그날 판매할 과일을 고르고 낙찰받는다.

명구씨가 고르는 과일은 오감으로 판단한다. 눈으로 봐서 예쁘고 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두드려서 소리를 내보고 명구씨만의 합격선을 통과해야 한다. 과일 종류에 따라 매끈하거나 거친 표면 자체가 맛을 드러내는 것도 있다. 박스의 아랫부분에 숨겨진 못나 보이는 과일의 맛이 거래할 모든 과일을 대변하기도 한다.
각 과일의 산지를 제외하면 청주에서 가장 신선한 과일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여러 과일을 구하려면 각 산지를 돌아다녀야 하는 소비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새벽녘 명구씨의 선택을 받고 계림상회 한편을 가득 채운 상자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농수산물 도매센터 내에서도 소매를 함께 하는 대다수의 가게와 달리 도매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 동안 그날 낙찰받은 과일들이 거래처로 배송되고 나면 12시가 되기 전 다시 한가로운 공간으로 남는다.

부모님이 28년 전부터 운영해온 과일가게를 함께 책임지게 된 것은 9년 전 군대를 제대한 뒤다. 어머니를 도와 새벽을 열기 시작한 청년은 어느덧 9년 차 과일 전문가가 됐다.
명구씨가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도매시장과는 공기가 달라졌다. 어떤 재래시장보다 붐비던 시장은 경매 시간 이후에는 한산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온라인 유통이 활발해지고 특색있는 과일가게들이 동네마다 자리를 잡은 것은 물론, 배달에 나선 유통업체들도 많아서다.

그런데도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는 여전히 이곳만의 색깔이 있다. 산지 직송되는 신선함과 유통과정을 줄인 가격 경쟁력이다. 명구씨는 빛을 잃어가는 이곳의 색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키고 싶었다.

누구보다 일찍 아침을 열면서도 환한 낮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싫어 무엇이든 배우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한동안은 다른 유통 시스템을 고민하기 위해 서울로 나서기도 했다. 가락동 도매시장에서 일을 배워보기도 하고 유명한 야채 도매 사업체에서도 땀을 흘렸다.
소비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한 덕에 여느 청년들보다 일찍 미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SN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지며 매년 새로운 과일이 트렌드를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을 봤다. 열광하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치솟는가 하면 다음 해면 어김없이 대중화되고 새로운 이슈가 생긴다.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과일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과일 파는 청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20대 중반부터 수년 후를 준비한 결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어려서부터 습관처럼 과일을 먹어온 명구씨와 달리 습관처럼 과일을 꺼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착안했다. 편의성과 접근성을 더한 선택은 다른 메뉴와의 결합이다. 메뉴를 선정하고 전국을 다니며 유명 맛집을 찾아봤지만 입에 맞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과일이 신선하지 않거나 과일을 감싸는 부재료의 맛이 부족했다. 현재 제빵 기술을 배우고 있는 이유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열 '후루띠(frutti.kr)'는 부지런한 청년의 열정 그 자체다. 박스 단위로 도매에만 나섰던 계림상회와 달리 과일과 다른 메뉴를 접목한 카페를 기획했다. 빵과 과일은 물론 과일 음료와 소포장 과일까지 색다르게 즐길 하나의 브랜드다. 미리 준비한 SNS 속, 과즙 한 방울의 생생함까지 담은 사진도 모두 명구씨의 작품이다. 남들보다 조금 긴 하루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상큼함마저 묻어나는 청년의 꿈이 어떤 식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해진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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