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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상당로 커피와 술 '시차'

#커피 #캔와인 #시간차이 #술과음식 #토마토마리네이드 #커피와술

  • 웹출고시간2023.05.16 14:22:04
  • 최종수정2023.05.16 14:22:04
[충북일보] 창틀과 투명한 녹색 입간판이 초록으로 무성해진 나무와 색을 맞춘 듯 산뜻하다. 알고 찾아오지 않았어도 우연히 가게를 발견한 손님들이 선뜻 안으로 들어서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를 둘러싼 바닥에 깔린 모나지 않은 작은 돌과 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둑한 내부에 호기심이 인다. 벽면과 천장은 물론 테이블까지 검은색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색을 잃은 듯한 배경으로 손님을 감싼다. 손님이 들어서면 세상의 모든 색인 듯 보인다.
ⓒ 시차 인스타그램
청주 상당로의 작은 카페 '시차'는 이름 그대로 시간의 차이를 공간에 반영한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낮과 밤을 채우는 손님들과 그들이 즐기는 음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볍게 커피 한잔 들고 나서는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낮과 다른 한잔을 찾는 이들의 밤이 시차를 가른다.

커피와 술, 두 가지 모두를 다루고 싶었던 이정호 대표는 협소한 공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시간에 뒀다. 같은 시간에 두 가지를 병행해도 누가 뭐랄 것 없지만, 각각의 메뉴에 집중하고 싶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웠다.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강한 조명을 두지 않은 것도 공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특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햇빛에 의해 은은하게 밝은 거리가 보이는 시간에는 커피와 음료 및 디저트류가, 바깥에도 어스름이 깔리면 캔 와인과 안주류가 시차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 집에만 있는 메뉴'로 내세우는 첫 번째는 '마자그랑'이다. 포르투갈 커피로 알려진 마자그란을 우연히 맛보고 독특한 맛에 매료돼 자신의 카페를 만들면 꼭 하고 싶었던 음료다. 에스프레소에 레몬즙과 얼음을 넣어 새콤한 맛을 즐기는 식인데 시차에서는 하나의 레몬을 과즙과 과육 모두 사용해 상큼함이 더 강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메뉴에 넣었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은 아닐 것 같아 권하지는 못하는 이상한 시그니처 메뉴다. 호기심에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지만, 꼭 되묻고 맛에 대한 소감을 묻는 사장님에게 당연히 의아한 시선이 돌아온다.
주문할 때 다시 한번 의견을 묻는 메뉴는 또 있다. 진천에서 정호 씨의 부모님이 직접 담그는 솔잎 청으로 만든 스페셜티와 스페셜 에이드다. 청 담그기를 즐기는 어머니의 취미 덕에 정호 씨가 어린 시절부터 익숙하게 즐겨온 청중 가장 좋아하는 맛으로 가져왔다. 소화가 안 될 때나 더위에 지쳤을 때 언제든 뜨겁게도 차갑게도 즐겨온 음료다. 시중에 판매하는 음료의 맛을 생각하고 먹는 이들도 있지만 집에서 담근 솔잎 청은 은은한 단맛과 향취가 오히려 매실청에 가까운 독특한 맛이다.

가게에서 술을 다루고 싶지만 무겁지는 않게, 그리고 맛있게 즐길 방안으로 고심 끝에 찾은 것이 캔와인이다. 잔이나 팩에 든 것은 맛에서 만족을 느낄 수 없어 캔맥주처럼 가볍지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찾아냈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토마토 마리네이드, 바나나브륄레 등 간단한 안주류와 부담 없이 마시는 한잔의 와인이 시차의 밤을 밝힌다.

리뷰를 적는 이마다 친절한 사장님을 언급하게 하는 몸에 밴 친절은 10여 년간 일했던 의류 판매장에서 자연스레 익은 서비스다. 사람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싶어 다소 크게 틀어놓은 매장의 음악 소리 덕에 듣기 좋은 대화 소리가 공간에 퍼진다. 웃고 떠드는 손님들의 대화 소리까지가 계획된 음향 효과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이들이 언제든 시차에 들러 하루의 무게를 덜어두고 가는 것이 정호 씨의 목표다. 낮과 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시차에선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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