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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스타그램 - 청주 수동 '카페고트(Goat)'

#한옥카페 #청주카페 #편안한공간 #고트큐브 #고트마사바 #인증샷

  • 웹출고시간2020.08.25 13:19:54
  • 최종수정2020.08.25 17:52:06
[충북일보] 올해 여름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물릴만큼 긴 장마였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거나 하루 종일 저녁처럼 어두운 날도 있었다. 야외 인증샷으로 유명해진 '카페고트'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북적이는 사람들은 연일 대기행렬을 이어갔다.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흐리거나 비가 오면 또 그대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아늑함 때문이다. 오히려 한옥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다.

청주 수동의 어느 골목에서 GOAT라고 흘려 쓴 글씨가 적힌 작은 간판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하얀 조약돌길이다. 조약돌 사이 커다란 돌을 돌다리 처럼 밟아가면 한아름의 대나무 숲을 품은 한옥이 나타난다.

오래된 한옥이지만 깔끔한 분위기가 앞서는 것은 마당까지 깔린 하얀 조각돌 덕이다. 내부는 한옥에서 연상하기 어려운 모던함마저 감돈다. 서까래와 대들보는 그대로 살렸지만 널찍하게 자리잡은 높은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 진열된 디저트와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이 카페고트의 감성을 만든다.
ⓒ 카페고트 인스타그램
올해 2월 문을 연 카페고트는 SNS를 타고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다녀간 손님들의 센스있는 인증샷이 이어지며 골목 속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인기를 독차지한 두 개의 거울은 마당 한편에 그냥 놓인 것이 아니다. 셀카를 찍었을 때 배경이 될만한 대나무와 대추나무, 석류나무의 각도까지 계산해 준비한 콘텐츠다. 같은 장소에서 찍어도 카페고트를 방문한 계절이나 찍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사진의 색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곳은 직업 군인이었던 김상욱 대표가 제대 후 꾸며낸 이색적인 장소다. 대학 생활 중 느닷없이 특전사 입대를 결심한 그였다. 특공무술 시범단 대표로 활약할만큼 적성에 맞는 군생활이었지만 무릎에 이어 어깨 부상까지 당한 뒤 더는 남을 수 없었다. 평생 직업으로 꿈꿨던 군생활을 접을 무렵 휴가 때마다 열심히 다녀온 카페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꼈던 공간이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그저 멍하니 앉아있어도 위로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번 본 것은 모든 따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손재주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커피와 베이킹을 배우고 부모님을 설득할 사업계획서도 작성했다. 한 눈에 공간 구상이 떠오른 카페고트 자리에 본인이 생각했던 디자인을 더해 인테리어 작업을 마쳤다.

카페고트만의 먹거리도 만들었다. 집에서 늘 해먹던 '고트마사바', 직접 만든 스콘과 생크림으로 시선부터 사로잡는 '생크림스콘' 등이 카페고트의 시그니처로 떠올랐다.

이모가 보내주는 안동생마에 사과와 바나나를 함께 갈아내는 고트마사바는 건강한 음료의 표본이다. 집에서 해먹던 대로 인위적인 단맛 첨가 없이 그대로 낸다. 밀크티 메뉴도 일반적인 얼그레이 대신 자스민을 끓여 상욱씨만의 맛을 만들었다. 비법을 더한 생크림이나 아침마다 직접 굽는 디저트류도 카페고트에서만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연령층에 적당한 맛을 골고루 준비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없이 고민하고 만들어본다.
카페고트에는 흔한 진동벨이나 테이블 표식도 없다.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까지가 애써 찾아와주는 손님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다. SNS 맛집의 표본처럼 퍼진 딱딱한 의자와 보기에만 예쁜 작고 낮은 테이블도 없다. 맛있는 쉼을 위한 공간이다.

처마 밑 귀여운 좌석까지 꽉 들어차도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편안함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을 자처하는 손님들로 가끔 고민이 생기지만 카페고트에서의 시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간이 최선이다.

염소를 파느냐며 들어서는 중년층도 가끔 있다. 상욱씨의 고트(goat)는 염소가 아니라 역대급 스포츠 선수에게 쓰이는 최고의 찬사(greatest of all time)다. 청주 골목 카페의 레전드가 되겠다는 신념을 담았다. 손님이 머무는 공간을 힐링으로 느끼는 순간이 곧 카페고트 그 자체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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