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지독히 더운 날들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바깥 공기를 마셔본다. 몇 주 째 변함없는 온도와 습도의 냄새가 난다. 얼마나 더 이 독한 더위를 견뎌야 하는지 암담하다. 아스팔트 위의 열기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한낮, 게으른 강아지는 현관 앞에서 눈도 뜨지 않는다. 밥을 짓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다 밀어둔다. 우선 살고 봐야지 집안 좀 안 한다고 뭔 일이 생기겠는가. 강아지는 현관 앞에 나는 거실에 길게 누워 한낮을 견디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 있으면 거실 구석에 장식처럼 서 있는 에어컨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전기세 무서워 일 년에 서너 번 손님이 왔을 때만 돌아가는 것으로 에어컨의 역할은 끝이 난다. 달콤한 케이크를 놓고 눈으로만 바라보라는 것 같은 유혹에 시달린다. 스위치만 한번 누르면 되는데 머릿속에 자꾸만 돌아다니는 전기세 고지서가 손가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참다 참다 드디어 에어컨 리모컨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손가락의 가벼운 터치에 온 집안을 금세 서늘하게 만들어 놓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자꾸만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요란한 소리도 없이 센 바람도 없이 소리소문없이 집안을 시원하게 만든다. 두통도 사라지고 온 식구가 편한 잠을 잘 수 있으니 살만한 여름이다. 공연한 고생을 했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라고 했는가. 개울에서 물장구치던 사람이 풀장에서 접영, 배영 찾아가며 우아하게 수영하는 꼴이 가당키나 한가. 차갑도록 시원한 여름을 즐기고 나니 며칠 만에 병이 났다. 아마도 부자들이 걸린다는 냉방병인 모양이다. 온몸이 쑤시고 열이 펄펄 끓는다. 일찍 병원에 다녀올 양으로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들어오지 말란다. 열이 나는 환자는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스러웠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아픈데 병원 문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니 울컥 서러워졌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아무런 처치도 해주지 않고 내쫓는 의료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코로나 주사를 맞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여덟 번째 병원에서 해열제를 맞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흘렀다. 해열제를 맞고 나니 38도를 넘던 열은 금세 정상으로 돌아오고 뼈마디가 분해될 것 같던 고통도 사라졌다. 그러나 병원에서 쫓겨났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게 했다.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던 무등산 타잔 박흥숙이라는 사람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났지만 가난하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한 사람이다. 88올림픽이라는 성대하고 화려한 잔치에 판자촌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집이 불태워지다니 과연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란 말인가. 그의 이야기를 보고 화가 나기도 했고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공무원들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코로나라는 위급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펄펄 끓는 열로 한 발짝 옮기도 힘들게 병원을 찾아간 환자를 열이 난다는 이유로 쫓아내다니 감기 환자는 환자가 아니란 말인가. 매년 독감과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코로나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5천 명에 달한다고 했던 것 같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독감으로 또 세계가 폐쇄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코로나에만 집중되고 보니 다른 병으로 아픈 사람은 치료도 입원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동네 병원에서는 열이 나면 어디를 가라거나 무엇을 먹으라는 말도 없이 복도에서 빨리 나가라고만 한다. 의료인도 우리나라 국민일까? 이 위급한 시기에 나를 보호해줄 사람이 있기나 한 것일까. 나라에서 먹으라는 타이레놀을 사러 약국에 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