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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청주시인협회

머리 희끗한 반백의 남자가 내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고상한 직업을 가진 것 같지도 않고 부자처럼 보이는 것도 아니다. 어느새 그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도 모자라 그의 대화까지 몰래 듣고 있었다. 그는 연실 노모의 손을 잡고 싱글거린다. 초로의 남자가 늙은 어머니와 나눌 말이 뭐 그리 많을까. 보기 드문 광경이다.

몇 해 전에 아들과 말레이시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딸과 함께 여행을 온 사람은 있어도 아들과 단 둘이 여행 온 사람은 보기 어렵다고 다들 신기해 한 적이 있었다. 아들 녀석이 딸처럼 곰살궂은 면이 있어서 나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데 주위 사람들이 재미없지 않느냐고 자꾸만 물었었다.

더더욱 어머니를 간병하고 운동치료를 돕는 아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기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듣지 않는 척, 관심 없는 척 하느라 공연히 이어폰도 끼고 운동하는 척 상체를 흔들며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아마도 예전에 살던 동네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누구는 지금 뭘 하고, 누구는 부자가 됐다는 얘기, 누구는 손자가 몇 명이라는 얘기, 누구는 벌써 세상을 떠서 아깝다는 둥의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대도 그들의 대화가 즐거워 보이는 이유는 뭐였을까.

그곳은 운동치료를 하는 곳이었다. 그분의 노모는 낙상으로 골반 뼈가 골절되어 수술을 하고 지금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누가 보아도 치매 끼도 역력하다. 노모는 운동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누워서 다리로 큰 공을 굴릴 때에도 하기 싫은 표정이 드러난다. 그러면 아들이 어머니 곁에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운동을 돕는다.

나도 어머니를 모시고 물리치료실을 다녀본 적이 있지만 참으로 힘들고 고역스러운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모든 체중을 실어 붙들고 있는 거라서 저녁이면 내가 녹초가 되고 만다. 남자는 실은 기색 없이 모든 운동을 마칠 때까지 어머니를 부축하고 걷기연습을 할 때는 옆에서 계속 따라 다닌다.

그들의 대화가 듣기 좋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 결론은 그것이다. 혼자서 말하지 않고 주고받는 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대체로 무뚝뚝하여 묻는 말에 한마디 대답하면 입을 다물어 버리기 일쑤이지만 이 남자 분은 어머니의 질문에 유쾌하게 대답을 한다. 그리고는 어머니에 대한 칭찬을 자주하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노모는 아들과의 대화가 즐거운지 꼬박 30분 이상을 걸으신다.

딸도 손녀도 며느리도 아닌 초로의 아들이 어머니의 간호와 운동을 돕고 있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참으로 보기드믄 광경이며 보기 좋은 모습이다.

우리 병실에 89세가 되셨다는 어르신이 오셨다. 낮에는 지인들 친지들과 통화하여 문병객들을 불러 모으신다. 아들 며느리가 문안인사차 들렸다 가고 아무도 밤 동안 간병하는 사람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말씀을 하시고 자손들은 그냥 듣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우르르 일어서 병실을 나간다. 노인들의 문제는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우울증으로 치매에 가까워지곤 한다.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분의 어머니는 참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옆에서 몰래 훔쳐본 그 초로의 남성이 이 추운 겨울을, 삭막한 병원생활을 조금은 따뜻하게 만든다. 눈이 오는 날이면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가 흰눈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시간은 사라졌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꼭 잡은 손이 그 어떤 모습보다도 가슴 따뜻하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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