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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사무실 계단을 청소하면서 언제나 담배꽁초 때문에 화가 난다. 누가 밤새 피우고 버린 꽁초가 수북하다. 한사람이 피웠다고 보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지키고 서 있을 수가 없으니 누가 그럴까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다. 속으로 화를 내며 비질을 하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매미를 보았다. 짧은 여름을 살다가는 곤충인데 거듭되는 비 때문에 그만 생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안쓰럽다. 계단 한쪽에 놓아주고 세상에 온 모든 생명의 필연의 의무라는 것이 생을 행복하게 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매미의 삶은 이것이고 나는 또 내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니 어쩌랴. 희미해져 가는 생명을 그냥 두고 갈 수밖에.

 신께 허락받은 여름의 몇 날 안에 삶의 마지막 소임을 마쳐야 하는 매미는 얼마나 다급했을까. 삶의 마지막 에필로그를 완성해야 하는데 젖은 날개가 마를 틈이 없었겠지.

 며칠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나기가 내렸다. 삼복더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얕은 생각에 내심 소나기를 반기기도 했다. 더 큰 이유는 조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 오는 날을 손뼉 쳐 반기던 좁은 이기심이 뚝 끊긴 매미의 울음에 미안해지고 푹푹 삶아대는 날엔 매미가 극성스레 울어대는 나무에 돌이라도 던지고 싶은 짜증스러움이 교차했다. 나 좋은 대로 세상일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나 좋은 만큼 가슴 아픈 누군가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인 모양이다.

 애처롭게 발을 떨고 있는 매미를 뒤로하고 나는 또 내 생활에 매달려 하루를 지냈다. 저녁 무렵 층계를 내려오다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녀가 층계에 다정히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학원에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려니 하고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여학생의 주머니에서 라이터가 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순간 너희들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매일 밤 꽁초를 수북이 버리고 음료수병과 일회용 컵을 아무 곳에나 버리고 가는 사람이 너희들이라는 생각에 "꽁초는 아무 데나 버리지 마세요."하고 지나갔다.

 뒤에서 "재수 없게 저 꼰대가"라는 소리가 지나간다. 머리끝이 서는데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갈 수밖에 없었다. 굴욕적이다.

 늘 궁금했던 범인을 보긴 했는데 범인을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니고 뭔가 찝찝했다. 따끔히 말했어야 했던 것 같은데 공연히 흉한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물러서고 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아직 연기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지나 도망치듯 내가 자리를 피했으니 이게 뭔가.

 요즘은 세상이 무섭다. 늙고 보니 더 무섭다. 방송을 봐도 개탄스럽고 또 두렵다. 나도 이 나라에서 국민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려는지 걱정도 앞선다. 청문회도 국정감사 때도 묻는 사람보다 답하는 사람 목소리가 더 크다. 요즘은 독하게 말해야 이긴다. 목청이 크고 눈을 표독스럽게 떠야 이긴다. 그 아이들도 후드티의 모자를 쳐들고 나를 노려봤다. 그 아이들은 나를 이겼다.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찢긴 매미를 보았다. 몸통과 날개가 분리되어 따로 굴러다녔다.

 젖은 날개 한쪽이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무참히 죽어가는 생명을 찢어버리는 잔혹함에 화가 났고 말하지 못하는 내게도 화가 났다. 젖은 날개로 창공을 날아오를 수 없듯이 그 청소년들도 젖은 날개와 같은 나날이었는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고 소나기가 그치지 않는 우기가 계속됐는지도 모르겠다. 날개의 물기는 제 몸을 흔들어 털어내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그 소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젖은 날개처럼 무겁게 마음이 콘크리트 바닥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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