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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그냥이라는 말을 나는 참 많이 쓴다. 누가 무엇을 물었을 때 그냥 이라고 답하면 이유 따위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어쩌면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싶지 않을 때 그냥 이라고 답하고 만다.

그냥이라는 말은 이렇게 무엇인가 귀찮을 때도 사용하고 마음이 아주 들떠 기분 좋을 때도 사용한다. 누군가가 그냥 좋아진다는 말이 얼마나 좋은가. 이유 없이 무조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며칠 전 바닷가에 다녀왔다. 비오는 밤바다는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준다. 비를 맞고 서 있어도 마냥 좋다. 그냥 좋다. 누가 뭐가 그리 좋아서 비를 맞고 있느냐고 했다. 그냥 좋다고 했다. 구구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그 한마디로 답을 해결했다.

한동안 꽉 짜인 틀 속에서 말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다. 불쑥불쑥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었다. 짐을 챙길 것도 없이 읽을 책만 몇 권 챙겨서 차가 가는 곳으로 무조건 떠나고 싶었다. 그냥 떠나고 싶다는 말을 사람들은 의미 없는 말로 듣고 무심히 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현듯 그냥 이라는 말이 떠오를 때 나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일을 해야 하고, 살림을 해야 하고 가족을 보살펴야하는 부동의 역할을 던지고 그냥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는 것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일지도 모른다. 큰 병이 되기 전에 나에게 시간을 주고 싶은 것이다.

참 오랜 동안 여행을 하지 못했다. 떠날 수도 아는 곳도 없어서 혼자만의 여행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아이들을 내보내고 나니 나도 숨통이 트이는 듯하다. 갈 곳이 있으면 이제 서서히 다니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혼자 있는 나를 보고 "왜 혼지 왔어요·"라고 묻는다. 참 대답하기 어렵다. 스트레스가 가득 차서 왔다고 설명을 붙여가며 말하기도 그렇고 누굴 만나러 왔다는 핑계도 구차하다. "그냥 왔어요." 라고 말하고 만다. 그럼 모든 상상은 듣는 사람의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그냥 아프던지 그냥 우울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몸이 그냥 보내는 신호는 아니다. 강렬한 sos인 것 같다. 그냥 쉬고 싶다면 쉬어야 한다. 그냥 자연을 보고 싶다면 보러 떠나야 한다. 이제 우리는 몸이 젊지 않기 때문이다. 공연히 또는 그냥 이라는 말은 어떤 인위적인 조작 없이 자연적으로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조작하여 보내는 신호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무심히 듣는다.

이번 여행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으로 알아들었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마른 모래위에 떨어져 동글동글 모래를 말아 들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참 오랫동안 자연과 놀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자연과 놀고 싶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바람이 바다와 논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이 모래밭에 꽃을 피우며 놀고 있다. 누군가와 놀아본 기억이 아득하여 노는 법을 모르는 나는 혼자 논다. 그러고 보니 빗방울과 놀고 바람과 놀고 파도 소리와 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늘과 구름과 비와 바람은 아무 연고도 없는 나와 그냥 놀아준다. 나도 그냥 그들과 놀았다.

가끔은 그냥이라는 말의 편의성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냥 몸을 쉬게 하고 싶었고 가득 무엇인가 들어찼던 마음을 풀어 놓고 싶었다. 그럴 때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그냥 떠나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도 그냥 나를 받아준다는 것을 그냥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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