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경

청주시인협회

언제나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새해를 맞는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서 창문을 활짝 열고 새날의 공기를 들이켰다. 달도 없는 캄캄한 허공을 향해 소원을 줄줄이 빌었다. 우리 가족들의 건강과 아이들의 평안한 사회생활이었다. 내가 늘 바라고 비는 소원은 그것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가 장독위에 정화수 떠 놓고 읊조리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새벽 첫 우물물을 길어 장독에 올려 두시고 꽤나 긴 소원을 비셨다. 옆에서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의 소원은 우리들을 위한 것이었다. 같은 소원을 매일 비셨으니 어쩌면 할머니의 치성 덕분에 우리형제들이 잘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미신이라거나 토속신앙이라거나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어머니의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내 기도는 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직도 구식인 사람이라서 새해 소망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요즘은 대부분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언젠가 보았던 영화에서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목록을 정해 놓고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을 보았다. 죽음을 앞둔 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섬뜩한 느낌이 맘에 들지 않아 잘 사용하게 되지는 않는다. 어원도 'Kick the Bucket'이라니 별로 상큼하지 않다. 중세 유럽의 사형수가 교수형을 받고 양동이 위에서 밧줄에 목을 걸고 자신이 양동이를 걷어차기 직전에 비는 소원에서 유래가 되었단다.

죽음을 앞 둔 심정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무엇일까. 절박한 소원이 무엇일까. 곰곰이 머리를 짜내보아도 그렇게 절박한 소원은 없는 것 같다.

가족을 위해 비는 소원은 그렇고 올해는 내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버킷리스트는 소원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내가 비는 소원은 무엇을 누군가 절대적 힘을 가진 분이 이뤄줬으면 하는 것이라면 버킷리스트는 구체적이고 내 힘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야 한다. 무엇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 머리가 무거워 진다.

첫째로 다 자라 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이지만 자주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달에 두 번은 꼭 찾아가 봐야겠다. 둘째는 글을 쓰는 일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매주 한편의 글은 써야겠다. 셋째는 만보기를 사는 것이다. 요즘은 손목에 시계처럼 차고 다니며 열량 소모량을 체크해 주는 것도 있는 줄 알지만 만보기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내 건강을 스스로 돌봐야겠다. 넷째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다. 이제는 건강 검진을 받는 일이 겁이 난다. 게을러서 검진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무슨 나쁜 것이 발견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올해는 용기를 내서 불안한 것들과 맞서야겠다.

다섯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다. 여러 분야의 새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대화와 새로운 세상을 조금은 보고 싶다. 여섯째는 재래시장을 자주 가야겠다는 것이다. 열흘에 한 번씩은 시장에 가는 날을 만들어야겠다. 늘 편리를 앞세워 마트에서 먹거리를 해결하곤 했지만 가격과 신선도가 마음에 걸렸다.

일곱째는 새 노트북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있는 컴퓨터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휴대할 수 있는 노트북이 있으면 수업활용에 쉬울 거라는 생각이다.

여덟 번째는 어머니가 걸음이 어렵지만 한 달에 한번은 외식을 하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시니 올해의 최고난도의 버킷리스트가 될 것 같다.

소소하지만 거대한 내 버킷리스트를 적어본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