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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가 며칠을 이어간다. 아마존은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벌써 3주째 계속 되고 있고 브라질의 면적 절반만큼의 밀림이 불에 타버렸다니 어찌하면 좋을지 피어오르는 연기만 바라보고 있다. 집을 잃고 쫓겨나온 동물들이 불타는 숲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진이 가슴을 짠하게 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강원도 산불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온 국민이 화면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남부 지방에 태풍 때문에 폭우가 쏟아질 거라고 한다. 이 비가 아마존 밀림으로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무력감을 느낄 뿐이다. 어마어마한 재앙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자연의 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어린 시절 서문시장에 불이 난 적이 있었다. 한 밤중에 난 불이었기에 화력이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바로 우리 집 뒤가 시장이어서 부모님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양동이를 들고 뛰어가기도 했고 멸치 가게를 하시던 아주머니는 길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셨다. 걱정이 되는 친척들이 그 밤에 우리 집으로 뛰어 오셔서 우리 집은 난리 통에 손님을 치러야 하기도 했다. 언니와 나는 가방을 챙겼다. 교과서와 머리핀을 챙겼던 것 같다. 언니는 내가 챙긴 가방을 뒤집어 털어내고는 옷을 집어넣었다. 나는 머리핀을 집어 주머니 속에 감추고 가방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두 동생은 세상모르고 잠을 잤다.

엄마와 아버지는 밖을 서성이고 우리는 언니에게 매달려 있었다. 고작 중학교 1학년이었을 언니가 무슨 힘이 있다고 언니 손을 놓지 못했는지.

왜 불이 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존의 산불도 시베리아의 산불도 자연발화보다 인간의 실수와 욕심이 원인이라고들 한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가야 멈출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먹고 뛰어 놀고 잠을 청하던 낯익은 곳을 뒤돌아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슴 두 마리의 사진이 망연자실 앉아계시던 시장 아주머니의 표정에 오버랩 되었다.

속초 산불이 났을 때 임시거처에 새우잠을 자던 분들은 위험이 조금 남아 있어도 기어코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내가 정들이고 가꾼 곳이 오두막일망정 제일 편한 법이다. 엉망으로 어질러진 집에 돌아와서야 편한 잠을 잘 수 있었다는 어떤 분의 글을 일고는 졸지에 둥지를 잃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도 알 것 같았다. 평생을 살았던 곳이 영영 돌아갈 수 없는 벌거숭이 황무지가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절망이겠는가. 말을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슬픔과 허망함도 모르겠는가.

밀림이 사라짐으로 인간에게 다가올 재앙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인데 우리 후손이 그 짐을 다 지고 가야할 것인데 답답하기만 하다.

이 숲이 지금처럼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되는 걸까. 내 남은 생으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한 것들이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오래전부터 여수의 향일암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청천벽력처럼 향일암이 불타버렸다는 소식에 며칠 동안 우울했다. 보고 싶은 것은 보고 싶을 때 보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내일은 재건된 곳이지만 향일암을 보러갈 참이다. 갈 수 없지만 여전히 가고 싶은 아마존 밀림이 더 이상 화마에 고통 받지 않기를 기원하고 올 것이다. 그 선한 눈망울로 가족과 아늑한 집을 그리워하는 짐승들도, 넋이 빠진 시장 아주머니의 슬픔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들이 산림이 주는 신선한 공기로 건강히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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