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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주간보호센터 차가 도착을 한다. 어머니는 걷지 못하지만 종일 심심하게 혼자 집을 지키는 것보다 사람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에 가는 것을 선택하셨다. 차를 타고 와 불편한 어르신들이 차를 타는 것을 도와주시는 요양사 중에 유난히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분이 있다. 처음에는 큰 목소리에 놀랐고 거리낌 없이 대하는 태도에 움찔 놀라기도 했고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반갑습니다'라고 아침 인사를 하는 것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했다.

누구나 익숙한 인사말이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쓰는 편이다. 다짜고짜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에게 실례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인사는 첫인상만큼이나 중요하다. 인사의 태도나 억양도 상대의 기분을 기분 좋게도 하고 불쾌하게 하기도 한다. 중요한 자리에 갈 때는 서너 번 혼잣말로 연습을 하기도 한다. 나의 안녕하세요는 늘 자신이 없는 것처럼 꼬리가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 요양사님의 씩씩한 인사는 늘 당황스러웠다.

오늘 동영상을 보다가 인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웠다. 난 한 번도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단 한'번도 누군가를 축복해준 적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반갑습니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란다. '반'이라는 말이 신(神)을 의미하는 고어이고 보면 '당신은 신과 같습니다'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 좋은 말을 아직 써 본 적이 없다니 참으로 인색한 사람이 나였다는 말이다.

또 하나 고민이 되는 인사 중에 '고맙습니다'가 좋을까 '감사합니다'가 좋을까를 고민하던 적도 많았다. 누군가 '감사합니다'가 더 품위 있는 말이니 그걸 사용하란다. 고맙습니다는 연배가 비슷하거나 덜 어려운 사람에게 쓰고 어렵고 연세가 많은 사람에게는 '고맙습니다'를 사용하라고 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지 누군가는 이 둘을 한꺼번에 같이 쓰기도 한다.

'고맙습니다'의 어원은 '고마'라는 여신과 같다는 말이라고 한다. 반갑습니다는 당신이 신과 같다는 축복이고 고맙습니다는 모든 것을 품어주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땅의 여신과 같다는 큰 의미의 축복이니 대단한 인사가 아닌가. 인도의 '나마스테'에 못지않은 의미를 지니는 인사가 우리의 인사말인 것 같다.

아이를 기를 때도 칭찬하고 늘 좋은 말로 격려하고 축복해주면 그런 사람이 되는 거라고 하셨다. 자신의 아이들을 훌륭히 키우려면 좋은 인사말로 용기를 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어머니를 모시러 오는 요양사는 '반갑습니다'가 얼마나 좋은 말인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새삼 나와 어머니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고 있었던 요양사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버스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말쑥한 70대의 여인이 내 옆에 앉더니 친숙하게 말을 건다. 공연히 겁이 나서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던 적이 있다. 그녀도 '반가워요' 하며 다가왔던 것 같다. 어쩌면 뭔가 수심 가득한 나를 위로하고 신이 되라고 축복해주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쭈뼛쭈뼛 눈길을 피하곤 하는 것이 소심한 내 모습이다. 대합실에서 만났던 여인처럼, 아침마다 어머니를 데리러 와주시는 요양사 선생님처럼 큰소리로 '반갑습니다'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의 인사말은 너무나 아름답고 상대를 위한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내가 너무 늦게 안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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