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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분명 봄이 온 것이 맞긴 한 것 같다. 바람에도 온기가 들었다. 어제도 비가 왔고 내일도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초록의 새싹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거리의 색채가 바뀌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임을 기다리듯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이 길어서 지루하고 코로나가 물러갈 기미가 없으니 또 지루했다. 가끔은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도 걸어보고 싶고 왁자지껄한 시장통도 누비고 다니고 싶고 떠들며 먹어도 되는 국밥집에 가서 "이모 깍두기 한 사발 더"를 목청 높여 소리쳐 보고 싶다. 밥은 여럿이 먹어야 맛이 나는 법인데 혼자 밥을 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 산해진미인들 혼자 먹는데 무슨 맛이 있겠는가. 어린 시절 우리 오 남매는 두레 밥상에 달박달박 붙어 앉아서 된장찌개 하나로도 밥 한 사발씩 뚝딱 해치우고 일어났다. 여럿이 먹으면 뭐든 꿀맛이다. 모이지도 말라는데 하물며 함께 식사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재미없고 적적하다.

며칠 전에 동인이 찾아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마스크가 신경에 거슬려서 마스크를 우리말로 뭐라고 부르냐고 물어봤다. 이것저것으로 불러보았으나 마땅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분이 우리말로 '입빤스'라고 하신다. 배꼽을 잡고 웃다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어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옷처럼 꼭 갖춰 입어야 하는 것이 같으니 말이다. 누군가 입마개가 맞지 않느냐는 말도 했지만, 말도 못 하게 꼭 틀어막는 것은 아니니 입빤스가 재미있고 더 어울린다고 했다. 입에다 빤스를 입히다니 어감이 좀 그렇기도 하지만 이 답답한 날에 한바탕 웃을 수 있었으니 제 역할은 다 한 것이다.

코로나라는 뜻에는 왕관이라는 의미도 있다. 균의 생긴 모양이 왕관을 닮은 부분이 있어 코로나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이 고약한 병균 왕관이라는 기막힌 이름을 가졌다니 태풍에 예쁜 여자의 이름을 붙여준 것과 다름이 없다. 왕관이 아니라 귀하지 않고 힘이 세지도 않고 하찮은 이름을 가졌으면 좀 덜 우리를 괴롭혔으려나.

부모가 이름을 지어주실 때는 그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시는 것이다. 내 이름은 은혜를 베풀고 남에게 공경을 받는 귀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란다. 물론 그렇게 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누가 코로나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을까. 코로나는 그 거창한 이름값을 하고 있나 보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왕의 권력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권세가 강할수록 폭행이 극악할수록 멸망하지 않은 것은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이 지독한 코로나도 사라질 것이다. 옛이야기가 될 날이 분명 오기는 할 것이다. 이런 믿음도 없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하찮은 병균에 절대로 인간이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을 믿고 나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이렇게 믿으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사는 것이다.

경로당도 평생학습관도 주민센터에도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하루는 석양의 긴 그림자처럼 길다. 온종일 삐걱 소리를 내며 흔들리던 그네도 멈춰선지 오래다.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대기까지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던 아이들도 집 안에서 나오질 않고 베란다 문만 하루 열두 번도 더 여닫는 이름이 참으로 점잖고 현명하시고 용처럼 강인하신 어르신들은 어디선가 나오라는 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봄비가 지나간 자리에 냉이라는 예쁜 이름과 쑥이라는 생기있는 이름의 손님을 마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진달래 개나리라는 고운 이름의 친구들 얼굴 보고 함께 웃어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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