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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02 16:58:59
  • 최종수정2020.07.02 16:58:59

김혜경

시인

오랜만이다. 오십 년 전처럼 여전한 것들이 보인다. 압각수의 둥치를 양팔을 벌려 안아보며 내가 얼마나 더 크면 감싸 안을 수 있을까 재보기도 했었다. 대한민국 독립기념비의 거북 좌대에 동생과 함께 올라타서 거북의 목을 끌어안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은행나무도 거북좌대에도 올라갈 수가 없다.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 거의 서문동에 살았으니 중앙공원은 당연히 내 놀이터가 되었다. 맘껏 뛰어놀고 뒹굴던 곳이다. 어디에도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가 없었고 보호대가 설치된 것이 없었으니 만지지 못할 것도 없었다.

오늘은 도민백일장을 중앙공원에서 실시한단다. 우리 동호회 회원들이 많이 출전하니 응원 삼아 일찌감치 도착했다. 압각수 밑에 본부가 설치되어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사생대회를 할 때도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서 이름을 적고 도장이 찍힌 도화지를 나누어주셨다. 그림에 별 재주가 없었던 나는 대회에 나가는 일이 곤혹스러웠다. 늘 대충 그림을 그려내고는 뛰어놀기 바빴다. 하나둘 원고지를 받아들고 좋은 자리를 찾아 서둘러 자리를 잡는 사람들을 보며 내 어린 날들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글제가 '인연'이란다. 백일장의 단골 글제다. 회원들이 글을 쓰는 동안 중앙공원 곳곳을 더듬어 봤다. 여기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점을 봐주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살아계신 걸까. 여기쯤은 시민관 개구멍이 있었던 자리인데 영화 상영을 하던 시민관도 헐리고 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쪽쯤에 부유한 아이들만 다니던 유치원이 있었고 말을 타듯 올라타서 놀던 비석이 있었다. 그때는 이것이 무슨 비석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단순히 우리들의 좋은 놀이기구였을 뿐이었다. 그것이 소중한 대한민국 독립기념비라는 것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중앙공원과 나의 인연이 거볍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몸으로 부딪치며 동무들과 사회라는 것을 알아가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곳이니 어찌 가벼운 인연이라고 하겠는가.

그때는 코흘리개 우리들의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의 공간으로 바뀌어 있다. 아이들은 몸 쓰는 일보다 머리 쓰는 일이 시급하니 다들 학교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고 가족이 다 떠나고 적적한 어르신들이 끼리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공원을 빙빙 돌며 내 머릿속에도 인연이라는 단어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연락을 끊었던 사람으로부터 얼마 전부터 자꾸 전화가 온다. 한동안은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기어이 나를 할퀴고 갔으니 버려야 할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드는 인연은 물을 얼음으로 만드는 것과 같아서 만들기도 어렵지만 녹지 않게 지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런가 보다. 자꾸만 녹아서 손가락 사이를 물처럼 빠져나가려는 것을 잡아보려고 애도 썼었다.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바른 이치라면 얼음이 물로 돌아가는 것도 애달픈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마음으로 만나는 인연과 몸으로 만나는 인연이 있는 것이며 버려야 할 인연도 있고 버려져야 할 인연도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해탈이고 비움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돌처럼 무겁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 친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차라리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과하지 않는 것이라면 인연을 이어갈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어쩌면 깃털 같은 인연을 바위처럼 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연을 놓아버리면 돌처럼 무겁던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이 인연의 무상함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중앙공원 어느 구석에 내 어린 친구들과 괴발개발 낙서를 하던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상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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