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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아침에 눈을 뜨고도 가야할 곳이 없다. 오늘은 또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지 막연한 날들의 연속이다. 누구는 등산을 가고 누구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누구는 뜨개질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또 누군가는 혼자서 화투로 재수 점을 친다. 이 지루한 코로나는 언제나 물러가는 것일까,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다정한 이들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언제 쯤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일까. 확진자의 수가 늘고 사망자가 늘어 간다는 소식에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어머니를 집에만 계시라고 하는 것도 못할 일이고 보내기도 불안한 일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는 날들이 거듭되다보니 아침에 눈을 떠도 서두르지 않는다. 침대 속에서 뭉그적거리고 싶은 만큼 뭉그적거리다 늦은 아침을 먹는다. 시간이 많으면 집안일도 더 잘할 것 같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할 일을 미뤄두고 TV를 보거나 책을 본다. 저녁 무렵에 싱크대에는 설거지 거리가 그득하다. 새해 첫날이면 아이들 내외가 오고 친척들이 방문하여 번잡했는데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첫날부터 늦장을 부리고 반찬 없는 밥을 먹는다. 게으름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일의 효율을 높이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아이러니 같은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으니 일의 진도가 늘지 않는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밤참을 먹고 운동은 부족하고 수입은 없는데 식비는 배로 늘어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데 허리 살이 불어나 허리띠에 더 구멍 뚫을 자리가 없다. 뉴스를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니 오락프로를 보는 게 속이 편하다.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화기 치밀고 코로나 이야기가 나오면 불안에 떨게 된다. 누구를 향해하는 욕인지 모르지만 혼자서 투덜거리기도 하고 욕도 한다. 그래도 속이 뻥 뚫릴 일이 없다.

불안에 싸여 있거나 실패를 했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을 때 감사한 일을 적어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늘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 하나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반대로 욕을 하거나 원망을 하라면 열 개는 더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도대체 긍정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산 것 같은 잘 못 산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또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문득 아침에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다 넘어졌는데 천만다행으로 괜찮다고 하셨다. 하늘이 도왔다는 것이다. 생각하니 감사한 일이다. 노인이 넘어지고도 아무 탈이 없다니 천번만번 감사한 일이 아닌가. 우리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지내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세상을 향해 불만을 얘기할 줄만 알았지 소소한 일들이 주는 감사와 기쁨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 했어' '애 썼어' 라는 말은 자주하지만 고마워 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 말이었다.

올해의 신년계획은 Thanks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으로 하였다. 삼백예순 번의 감사한 일들을 적다 보면 적어도 열 명의 고마운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투덜거리는 일만 하다 보니 세상은 투덜거릴 일들로 가득한 것 같다. 세상이 내게 어떤 고마운 일을 해주신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려한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감사한 일을 찾아내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보려 하는 것이다. 오늘은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겠다. 새 달력이 생긴 것에도 감사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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