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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3.07 17:01:47
  • 최종수정2019.03.07 17:01:47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예전에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미세먼지라는 말이 요즘은 무슨 바이러스처럼 찾아온다. 태양이 사라진 SF영화 속처럼 햇볕을 쬐지 못했다. 제빛을 잃고 아무 것도 반짝이지 않았다. 오늘은 말간 햇살이 거실에 길게 눕는다. 날갯죽지가 근지럽다. 보송보송 솜털 같은 날개가 돋는 모양이다. 화단의 나무들도 봄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 겨울의 두꺼운 껍질을 긁으며 새순을 밀어내고 있다. 저 투명하고 뽀얀 햇살을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어머님을 보내고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불러낸다. 요즘은 까닭 없이 서럽고 외롭다. 슬프고 기쁜 일에 선배는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시를 써내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봄으로 걸어 들어가 보면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선배는 끌려나온다.

봄에는 바람이 나야한다. 겨우내 속에 쌓였던 묵은 것들을 큰 숨으로 털어내야 한다. 바람을 가슴으로 맞으며 차가운 흙을 밀어내 겨우 얼굴을 내민 여린 풀꽃의 얼굴을 봐줘야한다. 거칠고 두꺼운 껍질 틈으로 가지가 되고 잎이 되고 꽃이 될 여린 속살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애썼다' 말 한 마디 해줘야하지 않을까. 어딘가에 있을 나처럼 늙고 허리 굽은 임을 찾아가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산으로 들로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돌아다녀야 한다.

일찌감치 가슴에 품은 임 하나가 있다. 금붙이 하나 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무심한 임이지만 가슴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남모르게 눈물도 흘려보고 원망도 해보고 수없이 이별을 결심해 보기도 했지만 그는 내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떠날 생각을 않는다. 미소 한 번 보여주지도 않고 잘 했다고 등을 두드려 준적도 없는 무뚝뚝하기 이를 데가 없다. 나보다 더 오래 간절히 詩라는 임을 기다린 선배는 그 임이 그렇게 교만하다고 웃는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사는 거다. 고목의 등껍질처럼 말라가던 날에 샛서방 하나 들여 놓고 머리 쥐어뜯으면서도 품고 사는 거다. 그러면 바람이 되고 꽃이 되고 비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들의 임은 결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고 몇 밤을 새며 치성을 드려도 소매 끝자락만 보여줄 뿐이다.

선배와 화원에 들러 이른 봄꽃을 감상하며 서로의 주름진 얼굴을 들여다본다. 사는 일에 시달려 주름이 늘고 기미가 들이부은 얼굴들. 커피숍에 들어가 내 돈 내고 커피를 사 먹으면서도 공연히 주눅이 들어 구석자리를 찾아드는 초라함. 핸드폰으로 결재하는 법도 인터넷으로 결재하는 법도 모르는 구식들. 영화표 예매하는 법이란 애사당초 모르는 꼭 현금 들고 가서 표를 끊는 국가경제시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노털들. 젊은 것들은 이상한 말들만 한다고, 예의란 눈곱만큼도 없다고 교육당국은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을 하는 일에는 입이 모자라는 다혈질 노인들.

어떤 명약으로 이 늙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러나 임은 금세 환한 얼굴로 만들어 주는데 어찌 반기지 않겠는가. 선배와 깔깔거리며 백합소녀시절을 얘기하는 동안 불현듯 누군가 반짝 빛을 내며 머릿속을 지나간다. 나는 그 것을 빛나는 임이라고 한다. 꾹 다문 입술 끝이 실룩이는 걸 보면 선배의 임은 꽃 속에 숨어 있었던 걸까.

바람이 들어 훨훨 날아다닌 하루, 겨우내 문 걸어 잠그고 꼼짝 않던 시 한 줄, 그리운 임을 온 종일 찾아 다녔고 이 봄이 다 가도록 바람에 실려 다녀볼 참이다.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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