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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4.25 17:07:04
  • 최종수정2019.04.25 17:07:04

김혜경

시인

지난 주말 벚꽃길 걷기에 다녀왔다. 벚꽃보고 왔으면 겨울옷은 들여보내도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어넣었던 옷들을 세탁하여 넣었다 도로 꺼내기를 반복하게 된다. 올 봄도 영락 없이 성급히 집어넣은 옷을 다시 꺼내 입었다. 벚꽃으로 봄과 겨울을 구분하여 옷 정리를 한다. 겨울 외투를 정리를 하면서 늘 너무 많이 사들였다는 반성을 하지만 계절마다 반복되는 생각이고 언제나 똑같이 그 생각을 잊는다. 이러다 벌 받지 싶다가도 해마다 늘어나는 체중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고 있는 중이다.

한 계절을 보내며 세 번 이상 입지 않은 옷은 없어도 되는 것이란다.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으면서 버리지 못한 옷들로 옷장이 그득하다. 어떤 것은 비싼 것이라서 못 버리고 어떤 것은 귀한 사람이 선물한 것이라 버리지 못하고 어떤 것은 정이 들어서 버리지 못한다.

지난겨울에 30년 가까이 쓰고 다니던 베레모를 잃어버렸다. 내가 다녔던 길들을 되짚어 며칠을 찾아 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털도 빠지고 종이처럼 얇아진 모자지만 제일 아끼고 많이 쓰고 다니던 것이기에 아직도 그 아쉬움을 잊지 못하겠다.

해마다 옷장에서 불려 나왔다 다시 들어가는 청바지가 하나 있다. 낡고 색상도 예쁘지 않은 편이지만 젊은 날 멋을 부리며 입고 다니던 것이다. 지금은 다리 중간쯤에서 끼어 있으니 다시 입기란 어림없는 것이다. 유행이 지나 구식이 된 나팔바지지만 그것은 내가 건강하고 젊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저 날씬한 바지를 입고 하루 종일 일하고 친구를 만나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했던 적이 있었지 하는 증거품이 되는 셈이다. 저 바지를 입을 만큼 살을 빼보겠다는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버려야 할 것이 옷가지뿐이겠는가. 끊임없이 내 주변에서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마주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입지 못하는 낡은 옷처럼 분리수거함에 넣어버리고 싶다. 그래도 미운정도 정이라고 그냥 둘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입지 못하는 옷이 내 장롱 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묵직하게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

봄이 되면 버린 것을 늘 후회를 하는 그린 색 스커트도 있다. 가볍고 입은 모양도 나는 주름스커트였다. 무슨 변덕인지 몇 년 전에 그냥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불어난 살로 배가 나와 보인다는 이유로 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주름을 하나 정도만 풀어줬어도 됐을 텐데 무턱대고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마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쉽게 헤어져버린 첫사랑 같다. 두고두고 궁금하고 꼭 한번은 다시 만나고 싶은, 지금은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 순수하고 촌스러웠던 첫사랑처럼 말이다.

이제 무엇에 애착을 가질 나이도 지났으니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버릴 것은 버리자고 결심한다. 작아진 것들, 낡은 것들, 색이 바란 것들, 선물을 해주신 분들과의 인연도 퇴색해버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추려내 본다.

이 많은 옷들을 사들이려고 많이도 다녔겠구나. 이 옷을 입고 먼 곳을 돌아다니기도 했겠구나. 좋은 곳도 갔겠고 어려운 자리에도 갔겠구나. 좋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고 이별도 했겠지.

주섬주섬 나와 살을 맞대던 옷가지들을 내어 놓으며 만남도 이별도 이제는 쉽게 하자는 생각을 한다. 벚꽃도 순간에 피고 순간에 가버리지 않던가. 정들었던 것들과의 안녕은 미련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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