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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청주시인협회

며칠 동안 햇살이 들락날락 한다. 한줄기 햇살도 비타민도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냉장고 속에서 뒹굴던 오렌지를 깎는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탱탱하게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농약의 힘일까 생각하다가도 두꺼운 껍질을 까다보면 껍질의 힘의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가 있다. 야들야들한 속살을 이 두꺼운 껍질이 아니면 어찌 지켜낼 수 있었겠으며 여린 속살은 또 물의 뼈를 세우듯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 냈으리라.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다. 속에 묵지근한 바위가 하나 들어앉은 느낌이다. 그녀가 왜 그랬을까 좀처럼 이유를 찾지 못하고 구두소리만 무겁게 내려놓고 있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봐오던 그녀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나는 서로 듣기 좋은 말만하고 서로 웃는 모습만 보여 왔다. 어린 시절 친구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격식을 차려야만 했다. 사회에 나와 괜찮은 친구 하나 만났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녀가 좀 다르다. 버럭 화를 내거나 남의 말을 집요하게 틀어잡고 몰아붙이는 모습도 당황스러웠다. 사적인 무슨 일이 있었겠지 생각하면서도 풀리지 않는다. 아니 서운했고 실망도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녀 주변의 화려한 스팩이 거짓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믿지 않았었다. 무엇이 그의 겉이었고 무엇이 그의 속이었는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두꺼운 껍질 속에 싸인 오렌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분한 생각의 꼬리처럼 그림자가 길다. 눈코 입을 지우고 형태만 본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그림자의 형상일 것이다. 세련되거나 또는 투박하게 조각된 형식의 틀을 깨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환경과 교육에 따라 달라진 겉이 아니라 속의 모습을 본다면 역시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거칠고 탐욕스럽고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도 같을 것이고 사랑하고 측은히 여길 줄 아는 마음도 같을 것이다.

겉과 속이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가도 나야말로 이 말을 할 자격이 없음에 슬며시 말꼬리를 숨긴다. 사실은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주머니도 뒤집어 보면 겉과 속이 다르고 과일의 겉과 속도 다르다. 달라야할 이유가 있을 때는 달라야 할 것이다. 주머니를 겉감과 같은 천으로 달면 두툼해서 옷태가 나지 않을 것이고 과일의 겉과 속이 같다면 신선하고 달콤한 맛을 간직할 수 없을 것이다. 겉은 형식이며 속은 본질일 것이다. 형식은 무수히 틀을 바꿔 표현할 수 있으나 본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니 겉과 속이 같기란 평범한 이들에겐 수도의 길을 요구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살면서 우리는 속을 다듬는 시간보다 겉을 위장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산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그럴싸하게, 우아하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또 포장하며 그래야한다고 스스로를 강요하고 있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통념 속에서 살아오기도 했다. 어쩌다 나를 드러내게 되었을 때 '아차, 실수 했구나'라는 생각에 입맛이 쓰기도 하다.

피부는 뼈와 장기를 보호하며 뼈와 장기는 건강하고 고운 피부를 만든다. 영양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온갖 화장품으로 얼굴만 치장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속을 다스리지 않고 겉만을 보기 좋게 꾸몄다면 겉이 아니라 화려하게 포장 된 껍데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겉은 속을 보호하고 익히는 것이라면 속은 스스로 익혀 겉을 꾸며주는 것이다. 겉과 속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다. 그 깊은 속에 우리는 무엇을 담고 사는 것일까. 한없는 사랑도 미움도 무한히 숨길 수 있으니 그 깊이를 어찌 잰단 말인가. 겉이 아니라 속을 본 것 같은 오늘은 발이 자꾸만 허방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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