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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혜경

속없이 핀 동백이 요란하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영 고운 얼굴 보여주지 않을 것 같더니 바라봐 줄 사람도 없는데 반짝 고개를 들고 꽃망울을 터트린다.

우리 집으로 오고 처음 겨울을 지내신 엄마가 동백이 피기를 학수고대하셨다. 쟤가 피기는 하는 거냐고 묻고 또 물으셨다. 병원에서 열흘 쯤 지내고 집에 와보니 베란다가 환하다.

일반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엄마를 옮겨 입원을 시켰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밤 이슥하도록 걸어 다녔다. 오늘따라 봄은 언제나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듯 꽃샘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엄마가 때리는 매로 생각하고 달게 맞았다.

이어폰을 끼고 장사익의 음악을 틀었다. 바위 하나 들어앉은 가슴을 풀어줄 것은 그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통곡인 것 같았다. 언제나 슬픔이 턱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장사익의 음악을 듣는다. 피를 토하듯 슬픔을 토해내는 그의 음악을 몇 바퀴 듣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었다.

꽃구경 가지고 어머니를 등에 지고 가는데 어머니는 솔잎을 뜯어 길에 뿌리신다. 너 혼자 돌아가는 길에 길 잃고 헤매지 말고 가라고 뿌리셨다는 가사다. 이 무슨 지독한 모정이란 말인가.

돌아오는 길에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길을 먹먹하니 쏘다니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집에 가서 어여 밥 먹으라고, 밥 꼭꼭 챙겨 먹고 다니라고.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라는 질병이 환란으로 찾아온 요즘, 마스크 하나 사기도 어렵다. 병원은 무슨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자처럼 일반 환자를 가차 없이 쫓아 보낸다. 척추가 골절 된 엄마는 두 군데 병원을 거쳐서야 입원을 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보호자 1명 외에는 면회도 차단되고 겨우 병실 복도만 다닐 수 있었다. 호통 치는 간호사를 그래도 감사하다고해야 한다. 간병비가 만만치 않으니 요양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는데 돌아서는 순간 잘못 생각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핸드폰을 엄마 손에 쥐어주며 자주 전화하라고 했다. 옆에 있던 직원이 핸드폰 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소리에 여기는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면회도 전면 허용되지 않는단다. 여기가 감옥이고 자기네들은 간수 쯤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환자의 분리불안과 외로움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엄마가 조금만 걸음을 걸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내 힘으로는 쉽지 않은 돌봄이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노인 복지가 잘된 나라 중 하나라고는 했지만 노인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우아한 노년을 보낼 수 있기까지는 요원한 얘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익은 늦도록 피를 토한다. 노래를 핑계 삼아 실컷 울고 나니 앞이 보인다. 여기에 못 있겠어 하는 엄마의 울먹이는 소리가 못을 친다. 내 엄마도 꽃놀이 가자고 하면 알면서 따라 나서실 것이다. 솔잎 한 움큼씩 뿌리며 길 잃지 말고 가라고 하실 것이다. 나는 노래속의 그 자식처럼 꽃놀이 가지고 엄마를 수도 없이 꼬여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모시러 가야할 것 같다.

정말 꽃놀이 가서 사진도 찍고 솜사탕도 사먹고 별달린 머리띠도 똑같이 사서 꼽아봐야겠다. 하루라도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면 엄마도 나도 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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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