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9℃
  • 맑음강릉 11.3℃
  • 맑음서울 8.9℃
  • 맑음충주 5.5℃
  • 맑음서산 5.0℃
  • 맑음청주 9.3℃
  • 맑음대전 7.6℃
  • 구름많음추풍령 8.2℃
  • 구름많음대구 12.6℃
  • 흐림울산 12.8℃
  • 구름많음광주 9.9℃
  • 흐림부산 13.8℃
  • 구름많음고창 6.9℃
  • 맑음홍성(예) 6.1℃
  • 흐림제주 12.9℃
  • 흐림고산 12.3℃
  • 맑음강화 7.9℃
  • 맑음제천 6.5℃
  • 맑음보은 4.6℃
  • 맑음천안 5.6℃
  • 맑음보령 5.4℃
  • 맑음부여 4.1℃
  • 구름많음금산 5.4℃
  • 흐림강진군 11.3℃
  • 흐림경주시 13.0℃
  • 흐림거제 13.8℃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시인

김혜경

속없이 핀 동백이 요란하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고개를 외로 꼬고 앉아 영 고운 얼굴 보여주지 않을 것 같더니 바라봐 줄 사람도 없는데 반짝 고개를 들고 꽃망울을 터트린다.

우리 집으로 오고 처음 겨울을 지내신 엄마가 동백이 피기를 학수고대하셨다. 쟤가 피기는 하는 거냐고 묻고 또 물으셨다. 병원에서 열흘 쯤 지내고 집에 와보니 베란다가 환하다.

일반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엄마를 옮겨 입원을 시켰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맡기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밤 이슥하도록 걸어 다녔다. 오늘따라 봄은 언제나 쉽게 오는 것은 아니라는 듯 꽃샘바람이 불고 눈이 내렸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엄마가 때리는 매로 생각하고 달게 맞았다.

이어폰을 끼고 장사익의 음악을 틀었다. 바위 하나 들어앉은 가슴을 풀어줄 것은 그의 음악이라기보다는 통곡인 것 같았다. 언제나 슬픔이 턱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장사익의 음악을 듣는다. 피를 토하듯 슬픔을 토해내는 그의 음악을 몇 바퀴 듣고 나면 잠을 잘 수 있었다.

꽃구경 가지고 어머니를 등에 지고 가는데 어머니는 솔잎을 뜯어 길에 뿌리신다. 너 혼자 돌아가는 길에 길 잃고 헤매지 말고 가라고 뿌리셨다는 가사다. 이 무슨 지독한 모정이란 말인가.

돌아오는 길에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길을 먹먹하니 쏘다니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집에 가서 어여 밥 먹으라고, 밥 꼭꼭 챙겨 먹고 다니라고.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라는 질병이 환란으로 찾아온 요즘, 마스크 하나 사기도 어렵다. 병원은 무슨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자처럼 일반 환자를 가차 없이 쫓아 보낸다. 척추가 골절 된 엄마는 두 군데 병원을 거쳐서야 입원을 하고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보호자 1명 외에는 면회도 차단되고 겨우 병실 복도만 다닐 수 있었다. 호통 치는 간호사를 그래도 감사하다고해야 한다. 간병비가 만만치 않으니 요양병원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는데 돌아서는 순간 잘못 생각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핸드폰을 엄마 손에 쥐어주며 자주 전화하라고 했다. 옆에 있던 직원이 핸드폰 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소리에 여기는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면회도 전면 허용되지 않는단다. 여기가 감옥이고 자기네들은 간수 쯤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환자의 분리불안과 외로움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엄마가 조금만 걸음을 걸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내 힘으로는 쉽지 않은 돌봄이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노인 복지가 잘된 나라 중 하나라고는 했지만 노인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고 우아한 노년을 보낼 수 있기까지는 요원한 얘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익은 늦도록 피를 토한다. 노래를 핑계 삼아 실컷 울고 나니 앞이 보인다. 여기에 못 있겠어 하는 엄마의 울먹이는 소리가 못을 친다. 내 엄마도 꽃놀이 가자고 하면 알면서 따라 나서실 것이다. 솔잎 한 움큼씩 뿌리며 길 잃지 말고 가라고 하실 것이다. 나는 노래속의 그 자식처럼 꽃놀이 가지고 엄마를 수도 없이 꼬여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모시러 가야할 것 같다.

정말 꽃놀이 가서 사진도 찍고 솜사탕도 사먹고 별달린 머리띠도 똑같이 사서 꼽아봐야겠다. 하루라도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면 엄마도 나도 꽃이 아니겠는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 ④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충북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첫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이념을 넘어 서로 감옥 보내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멈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추세인 글로벌 마인드·이공계 출신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도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이번 탄핵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 3~4년 동안의 기간을 보면 여야는 정책이나 이념의 대립보다는 서로를 감옥 보내려고 하고 방탄하려고 하는,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발 경제 위기, 중국의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부상 등에 대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이후에 자라온 세대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글로벌 마인드가 있고 이공계 출신인 저 이준석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이 굉장히 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100조원대 재정 적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고착화됐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