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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오늘 아침 든든히 먹었고 점심도 배가 볼록하도록 먹었다. 물론 저녁도 배부르게 먹을 것이고 습관대로 밤참도 먹을 거다. 하루 네 끼를 먹고 군것질까지 한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먹는 것 같은데 그래도 종일 구진 하다. 주변 사람들은 뭐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느냐고 묻는다. 사는 일에 스트레스받는 게 요즘뿐이겠는가. 스트레스야 삼백예순 날 받는 것이고 한두 해 일도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어지러운 요즘 상황이 허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젠가 보았던 우주 전쟁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최첨단의 과학기술로 무장된 외계인의 침략에 지구는 속수무책이었다. 종반에 접어들기 전까지 도저히 지구의 인류가 살아나기는 절망에 가까웠다. 희망이라는 불씨는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공식에 어긋나지 않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방위군의 활약도 아니고 인간의 협동심도 아니고 바이러스가 우리 인류를 구한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반대가 되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바이러스의 침공에 온 인류가 덜덜 떨고 있지 않은가. 돈벌이하러 가지도 못하고 여행도 외식도 보고 싶은 사람을 보러 나가지도 못하고 각자의 집을 감옥 삼아 갇혀 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먹지 말라면 더 먹고 싶은 미운 일곱 살처럼 나가지 말라고 하니 더 나돌아다니고 싶다.

친척들 집에도 가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해외여행도 제주도 여행도 가고 싶다. 문학동인들과 함께하던 세미나도 하고 싶고 문학 강좌도 스터디 모임에도 가고 싶다. 참, 말 잘 듣는 사람이 작가들인가 보다. 모든 문학모임이 취소되고 행사도 특강도 다 취소하고 얼굴 보는 일이 없다. 덕분에 카톡방만 불이 난다. 코로나 덕에 먹고 살만 쪄서 확찐자가 되었다는 문자에 줄줄이 '나도 나도' 하는 댓글을 단다.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이 강렬한 허기.

집에서 좋은 글 많이 쓰셨겠다고 하는 말이 때론 빈정거림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야 시간이 부족하여 글을 못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서 남의 책도 많이 읽고 남들과 대화를 통해서 글의 소재도 얻는 법인데 요즘은 집에서 트로트만 온종일 불러대는 텔레비전만 들여다보고 있다.

정신의 지적 허기와 마음의 감성 허기에 속아 줄곧 먹을 것에 입에 달고 산다. 오늘도 확진자는 백여 명이라는데 오늘 확찐자는 수만 명에 이를 것이다. 배가 고파서 느끼는 허기는 음식을 먹으면 사라지는 것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허기는 먹어도 먹어도 가시지 않는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가족 모르게 취업 원서를 낸 적이 있었다. 가망이 없을 거라고 마음을 달래면서도 내심 연락을 기다렸다. 결국, 탈락했다는 통지를 받고는 무진장 먹어댔었다. 절망감과 실패의 허전함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 없었다. 혼자서 많이 걸어 다녔고 걸으면서도 무엇인가 먹고 집에 와서도 한 상 차려서 먹고 또 먹었다.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극한 스트레스로 가슴에 바위 하나씩 들여놓은 것 같을 때 먹는 것 외에 뭘 더 할 수 있겠는가. 지인이 알려준 운동법으로 한 5분 하고 나니 또 뭔가가 입에 당긴다. 두툼한 허릿살을 한번 만져보고 부엌으로 향한다. 이러는 게 어디 내 탓이겠는가. 또 나만 확찐자이겠는가.

이 지독한 정신의 허기를 무엇으로 이겨 나가야 할지, 나는 냉장고를 의사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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