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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어머니는 매일 똑같은 바지만 입고 사신다. 사다드린 바지며 원피스도 고맙다고 하시고는 옷장 속에 가둬두시고는 오래된 익숙한 옷들만 입으신다. 새 입성을 두고 무슨 청승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이제서 알았다. 나는 늘 65kg의 엄마를 기억하며 옷을 사지만 실제는 40kg밖에 몸무게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자꾸만 잊는다. 오늘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재봉틀을 꺼내야겠다. 허리가 커져버린 옷들을 수선해드려야겠다.

사내 녀석들만 기르다 보니 재봉틀은 내겐 요긴한 살림이었다. 사내아이들은 노는 것이 험하여 툭하면 바지를 찢어온다. 비 오는 날 미끄럼을 타서 엉덩이에 쇳물이 들어오기도 하고 쑥쑥 키가 자라 이듬해에 입히려고 보면 반바지가 돼있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꼭 뒷주머니가 달린 바지를 사 입혔다. 뒷주머니는 요긴한 제천 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바지를 찢어오면 뒤주머니를 뜯어 찢어진 곳에 대고 누벼주면 한철 거뜬히 입힐 수 있으니 새 옷을 사 입히거나 수선을 맞길 필요가 없었다. 어머님이 쓰시던 드레스미싱을 받아 북집이 깨질 때까지 알뜰히 부려먹었다. 몇 해 전에 작은 녀석이 선물로 사준 새 재봉틀은 빠르고 기능도 다양하여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눈이 어두워져 바늘귀를 꿰기 어렵고 아이들이 다 커서 양복을 입을 나이가 되고 보니 재봉틀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려서 내방에 발틀재봉틀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손으로 발을 구르며 놀았고 중학생이 되고는 어머니가 하시는 것을 눈여겨보고 조금씩 작은 것들을 서툴게 박아낼 수 있었다. 어머니가 단추구멍 내는 법과 지퍼를 다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서툰 솜씨로 서랍만 차지하고 있는, 버리기는 아깝고 묵혀두자니 쓸모없는 울긋불긋한 한복치마부터 정리를 했다. 긴 치마를 잘라 개량복으로 만들어 편하게 잘 입었다. 인견을 떠다가 여름 이불도 만들고 간단한 원피스도 몇 벌 만들었다. 더운 여름밤을 이열치열로 잘 넘기기도 했다.

어린 시절 잠결에 돌돌돌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를 듣곤 했었다. 어머니가 내 옷을 지어 주느라 밤을 새워 돌리던 재봉 소리는 돌돌돌 순하게 돌아갔다. 지금은 전기로 돌리는 틀이라서 드륵드륵하고 거센 소리를 낸다. 잠이 험했던 나는 어느 날은 재봉틀 발판 위에서 잠이 깨곤 했었다. 그날은 영락없이 구름을 타고 다니며 어지러워하던 꿈을 꾸곤 했다. 지금의 재봉틀은 발판도 피대도 사라져 책상이나 식탁에 간편히 올려놓고 쓸 수가 있다. 선무당이 부채만 망가뜨리듯 어머니에게 받은 유일한 유산인 어머니가 쓰시던 재봉틀도, 외할머니가 쓰시던 재봉틀도 다 망가뜨리고 전동틀을 새로 샀다.

내 아이들의 옷을 수선해 입히듯 어머니의 치마 허릿단을 수선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훨씬 더 잘 박을 텐데 눈도 어두운 어머니가 소리만 듣고 잔소리를 하신다. 고무줄을 팽팽히 당겨서 박아라, 바늘땀이 너무 촘촘하면 안 된다, 마무리 박음을 야무지게 해라...예전 대견해하시며 재봉질을 가르치시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트로트 박자처럼 돌돌돌 순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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