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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조회나 체육 시간, 교련 시간이 되면 '앞으로나란히' 외치던 선생님의 마이크 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여학생들은 끼리끼리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선생님은 이렇게 몰려다니는 우리를 헤쳐 놓으려는 생각이셨는지 '앞으로나란히, 양팔 벌려'를 외치셨다. 조금이라도 친구와 붙어 있으려고 팔꿈치를 굽혀서 앞으로나란히를 하곤 했다. 한 팔 거리로 떨어져서도 끊임없이 소곤소곤 잡담하고 마주 보고 웃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친구와는 밤을 새우며 떠들고 일없이 웃는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야 한다고 친구와도 이렇게 붙어 있었는데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애인을 만나고는 어떠했겠는가.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고목에 달라붙은 매미처럼 붙어 다니지 않았던가. 꽃으로 피어 있던 젊은 날의 모습이다.

젊은 남녀가 어깨를 감싸 안고 다니는 그 흔한 풍경이 요즘은 많이 줄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인지, 염려하는 사람들의 눈길 때문인지 청춘들도 건강을 생각하는 탓이리라 여기고 있다. 마음에서 멀어지면 몸이 멀어지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손을 잡거나 쓰다듬는 것은 고사하고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으니 대화도 줄고 있다. 젊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마스크가 감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인연을 맺고 사는 일에 지쳐서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꼭 마음으로 친해질 필요는 없는 거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인간관계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좋은 사람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어느 날 도서 목록을 뒤지다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내 마음에 풍덩 무엇이 뛰어드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요즘처럼 거리 두기라는 말이 생활화되었기에 이런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특별한 몇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는 말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과는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처럼 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남들에게 상냥하지 못한 성격 탓에 누군가와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하게 억지로 대화를 끌어가는 일이 참으로 고역스러울 때가 있다. 마스크를 쓰고는 그런 고역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때론 마음이 한결 편하기도 하다. 얇은 마스크가 든든한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벽 속에 숨어 다른 사람이 나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안전구역이다.

나에게 무례한 언행으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데에 참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었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그런 사람들과 화해하고 또 상처받고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또 소모하는 옹졸한 날들을 살아왔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그 소모된 시간과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너그럽게 다 용서할 수 있다는 건방진 말은 아니다. 인연에서 버리고 갈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끊고 가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마음이 참으로 편해졌다. 용서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하늘의 영역이다. 그것을 자꾸만 잊고 그들을 용서하려고 몸부림치는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비우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신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오만에서 벗어나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꼭 가까울 필요는 없다. 마스크라는 가면 속에서 남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안전거리라는 단어는 불편을 말하기도 하지만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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