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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함께 공부하는 작가가 달팽이를 보고는 숟가락, 젓가락 하나 없이 빈집 등에 지고 이사를 하는 욕심도 없는 도인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에 집 한 채 있으면 부자인데 숟가락, 젓가락 없으면 어떤가. 이게 무슨 소리냐고 곳곳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일 집값은 오르고 올라 평생 먹지도 쓰지도 않고 살아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세상에 집 있는 사람이 얼마나 부러운데 평생 살 집이 있는 달팽이가 숟가락, 젓가락까지 더 가지려는 욕심을 부린다면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 떼먹는 얌체 욕심쟁이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교육하는 일에 자신이 없는 젊은이들은 결혼과 아이를 포기하며 산다. 그들도 좋은 남편, 훌륭한 아빠가 될 수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간이 가질 최고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아야 한다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일자리도 아내도 아기도 없고 집도 없는 민달팽이 같은 청년들, 이들의 절망을 어찌하면 좋을까.

가난한 나는 아들들에게 집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아마도 세상을 마치는 날까지 그걸 가슴 아파하며 살 것 같다. 무능력한 엄마의 자괴감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오랫동안 거처해온 작은 누옥은 달팽이 집만 하다. 가끔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당치 않은 생각이다. 이 누옥을 팔아서 새로 지은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고 방 한 칸 얻을 돈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여생을 여기서 마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나는 낡은 누옥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집 없는 아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력하고 절약하면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을 품을 수조차 없는 나라가 된 것 같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어쩌다 우리는 나라를 이 꼴로 만들고 만 것인지, 이 모두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는 없는 일일 텐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처음 내 집을 샀을 때가 생각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남의 집 전세를 살면서 죄없이 주눅이 들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콩콩 뛰어다닐 때 주인집에서 올라오지나 않을까 겁이 났다. 한참 뛰고 장난칠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천덕꾸러기처럼 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절약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살았다. 달팽이 집처럼 작은 집이지만 내 집을 사던 날 제일 먼저 이제 마음대로 뛰고 소리 질러도 되는 아이들을 안아줬다. 부모로서 제일 큰일을 이룬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나도 더 큰 집을 갖고 싶은 욕심을 갖기도 했다. 아니 욕심이 아니라 포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양심의 반대말은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점령당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아프간을 떠나려는 국민이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영상은 국가 지도자를 얼마나 신중히 뽑아야 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국민을 나라를 빼앗긴 혼돈 속에 버려두고 돈다발을 챙겨 도망가버린 가니 대통령의 소식은 분노를 일으켰다. 국민을 위해 써야 할 돈을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착복하고 결국에는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하고 비행기에 다 실을 수 없는 돈은 공항에 두고 떠났다니 대통령의 자격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은 인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양심에서 나오는 것이다. 성실히 일해서 돈을 번 사람을 욕해서는 안 된다. 욕심으로 양심을 버린 사람이 세상을 어지르는 것이다. 누군가 심판을 내릴 수 있다면 욕심쟁이들은 달팽이처럼 자신의 재산을 몽땅 등에 지고 이사를 시켜보면 좋겠다. 얼마나 지고 갈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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