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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낡은 사진 속의 어머니 아버지 얼굴에 아직 가시지 않은 젊음이 묻어 있다. 올망졸망한 우리 오 남매의 개구쟁이 웃음도 묻어나온다. 하얀 양복에 백구두까지 근사하게 차려입으신 아버지, 옥색 뉴똥 치마저고리의 신여성 어머니, 양판 스웨터에 꽃 구두를 신은 내 어릴 적 모습, 낡은 흑백 사진 속에서 나는 행복했었던 걸까.

아버지는 가족사진 찍기를 좋아하셨다. 우리 오 남매 중 누군가가 상을 받아 오거나 행사가 있을 때면 우르르 가족을 사진관으로 데려가곤 하셨고 누군가 집을 떠나게 될 때도 가족사진을 찍으셨다. 내가 결혼을 할 때도, 동생이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의 사진도 어머니의 사진첩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롱이다롱이 같은 자식 중 하나쯤 빠져도 그게 그거련만 부모님은 한 귀퉁이 빈자리도 견딜 수 없으셨나 보다. 칙칙한 흑백 사진을 닳도록 들여다보시며 자식의 빈자리를 가슴에 메우고 계셨다.

거실 TV 옆에 놓여있는 사진은 60년이 지난 사진이다. 두 동생이 태어나기 이전의 내가 막내던 때의 단출한 가족사진이다. 부모님과 언니, 오빠, 사촌 언니와 나. 아마도 내가 두 살 되던 해의 사진인 것 같다. 촌스러운 머리 모양이지만 제법 차려입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처럼 아버지는 오래된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 주셨다.

요즘 사진에 신경이 쓰이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걱정거리다. 사진첩을 뒤져보아도 영정사진으로 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제일 예쁘고 화사한 사진을 찾고 싶은데 사진첩을 펼치면 할 일을 잊고 과거 속으로 들어가 종일 어린 날을 헤매고 있다가 결국 엄마의 사진을 찾지 못하고 나온다. 어쩌면 엄마의 사진을 찾는 일은 아직 먼일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걸음이 불편하고 허리가 굽고 치매가 있다고 해도 앞으로 사오 년은 거뜬히 사실 거라는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는 다시 영정사진을 찾고 있다. 너무 젊은 사진도, 너무 늙은 날의 사진도 아닌 60대의 사진을 찾아보지만 마땅한 것이 없다. 우르르 단체로 사진관에 데려가 가족사진을 찍던 행사도 우리가 각자 짝을 찾아 집을 나가고는 찍지 못했다. 어머니의 60대는 아버지가 병중에 계시다 세상을 뜨신 시기이니 더더욱 사진이 없는 것이다. 요즘의 사진을 그냥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면 늙으신 어머니가 곱게 웃고 계신다. 웃음 속에 젊은 날의 고운 모습이 들어 있다.

가족사진은 우리가 가족이었음을 말해주는 것뿐 아니라 가슴 속 빈자리를 채우는 사랑일 것이다. 언제나 곁에 있겠다는 약속이고 아프거나 힘들 때도 변함없는 미소로 답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일 것이다.

좀이 슬은 오래된 사진첩에는 어릴 적 동무들의 우정이며 젊은 날의 불같던 사랑도 가족의 따스한 미소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찌 변하는 것이 세월뿐이랴.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던 우정도 사랑도 낡고 퇴색된 사진처럼 그렇게 빛이 바래고 변해간다. 흘러간 세월 그 어느 한자리에서 별빛처럼 타올랐다 사그라진 깜부기가 불처럼 과거는 추억 속에서만 명멸할진대 뉴똥치마의 내 어머니는 머리가 다 세어 은색이 되도록 흑백 사진 속의 우리를 아직도 품에서 내려놓지 못하신다. 세상이 다 변한다 해도 유일하게 변 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사랑이리라. 어머니가 낡은 사진첩을 끌어안고 사시듯 나도 가족사진을 끌어안고 살지 않을까. 꽃무늬 블라우스와 꽃무늬 망사모자를 쓰시고 워커에 몸을 의지하신 환한 봄 같은 어머니의 사진. 오래도록 나도 이사진을 가슴에 묻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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