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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세상일이 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직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지만, 코로나 덕에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별을 도시에서 보게 되었다. 달도 선명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다 나쁘다고는 못하겠다. 얼마 전 모처럼 둥근 달을 보며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했고 오랫동안 잊었던 사람의 얼굴을 보는 듯도 하여 반갑기도 했다. 누구의 탓인지 밤길을 걸어본 적도 오래되었고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거나 베란다 창을 열어 놓고 까만 하늘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을 본 지도 오래다.

대학을 다닐 때는 밤귀신이라고 늘 어머니께 야단을 맞았다. 공부하기 위해 늦기보다는 친구들과 쏘다니거니 미팅을 하거나 남학생들과 내용 없는 이야기로 낄낄거리며 보내던 시간이 많았다. 늦은 시간에 눈밭을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별이 쏟아지는 길을 뛰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잔소리를 잔뜩 장전하시고 눈꼬리가 머리끝에 붙어서 기다리고 계셨다. 그때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도 별이 빛나는 것 같았다. 달빛이 환하게 내 발끝을 비추고 있었다. 밤길이 무섭지 않았고 춥지 않았다. 꿈에 부풀고 아름다운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반짝이는 것들은 천지에 흩어져 있었다. 낮에 보았던 더럽고 눅눅한 것들은 달빛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남자친구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이때부터 별도 달도 사라지고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어쩌면 밤하늘이 있다는 것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갈래머리 소녀처럼 나풀나풀 뛰어다니며 별을 세거나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항상 내 앞에 있는 달을 고마워하던 말랑말랑한 감성이 사라지고 있었다. 사랑에 빠져서는 하늘을 보지 않았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기 바빴고 그가 하늘이었다. 그가 늘 내 마음과 눈 속에서 반짝였다. 아이들을 낳고는 내 마음속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반짝이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그 빛에 홀려 지금까지 낯설고 험한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날도 짧은 치마를 입고 달빛 속을 쏘다니던 철부지 못지않게 자식이라는 빛나는 것에 빠져 또 세상을 쏘다니고 있나 보다.

얼마 전 어머니가 일몰 증후군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어머니의 의지는 태양이었던 것일까. 해가 사라지는 것에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란다. 엄마는 나처럼 달빛 속을 쏘다녀 본 적이 없다. 별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모르신다. 해 떨어지기 무섭게 다섯 자식을 밥 먹여 재워 놓아야 안심하던 분이셨다. 해가 떨어지고 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신다. 7시 이전에 주무시는 분이 내가 늦는 날이면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계신다. TV를 보는 것도 아니고 강아지를 안아주는 것도 아니고 대문만 바라보고 계신다. 조금 더 병세가 심해지면 예전처럼 야단을 치거나 병원에서처럼 무작정 밖으로 나가려 하실지도 모르겠다. 걷지도 못하는 분이 침대 밖으로 기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절망을 했었는지 모른다.

일몰 증후군과 달빛 증후군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걸까. 달빛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나는 어둑해지면 집을 나가서 휘황한 거리를 쏘다니다 별빛 반짝이는 길을 걸어 돌아오곤 했던 것인데 일몰 증후군을 앓는 어머니는 어디를 다녀오고 싶었던 것일까.

소녀 시절처럼 아무 두려움 없이 달빛 속을 팔랑거리며 돌아다니고 싶다. 친구와 자연 시간에 배운 별자리를 찾으며 깔깔거리고 싶고 개구쟁이 사내아이가 파 놓은 웅덩이에 한발이 빠지고는 오늘따라 달빛이 밝지 않다고 눈도 흘겨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 꼭 잡고 밤새 걸으며 듣던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그의 코끝에서 빛나던 별빛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일몰 증후군 어머니도 그 빛나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단발머리 소녀 시절처럼 달빛에 홀린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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