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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코로나로 정신없는 계절을 보내고 한 해의 절정 가을을 맞았다. 가을에 센티 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가실가실한 햇살이 내리쪼이는 날이면 속에서부터 근질거리는 것들이 있다.

 훌쩍 배낭 하나 메고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겨봤으면 소망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이다.

 코로나는 제각기 일상에 바빴던 식구들을 한 공간에 묶어뒀다. 집집이 가족 구성은 다르지만,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노인정이나 공원으로 출근하듯 하셨던 발걸음을 끊었고 남편은 꿈에 그리던 재택근무를 일주일은 즐겁게 하곤 그 후론 갑갑증이 나는지 자꾸만 담뱃갑을 찾곤 한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종일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투닥투닥 형제끼리 쌈박질을 하다가 둘이 머리를 맞대고 낄낄 웃는다. 가사는 끝나지 않는다.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지내는 풍경은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인지 하숙생처럼 늦은 밤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가 얼굴 보기도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모여있으면 흩어지고 싶고 흩어져 있으면 모여있고 싶은 것이 변덕스러운 내 마음인가보다.

 학교를 졸업하면 밥벌이를 해 가정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 했다. 다행히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 학교로 발령을 받고 나서 드디어 독립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고립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 밑에서 안전한 보호를 받으며 약간의 귀찮은 간섭을 받으며 살던 시절이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했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근조차 가능하지 않아 자취해야 하는 곳으로 혼자 뚝 떨어졌을 때 독립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고립됐다는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일찍 들어와라, 짧은 치마 입지 마라, 남자 조심해라 등등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던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먹고 살아야 하는 일차적 문제에 매달려야 했다.

 연탄을 갈고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손빨래를 하며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었다. 늘 잠이 부족했고 먹을 것이 없었다. 전화가 없으니 어머니께 전화로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다.

 결국, 결혼이라는 또 다른 구속을 향해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 아마도 '나'라는 1인칭이 사라진 것은 이때부터이다.

 몸은 외지에 혼자 있어도 마음은 풍성하고 따뜻할 거라는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 가족의 무리 속에서 더 외로워지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는 것은 내가 낮아지기를 자타가 원하는 일이었다.

 1인분의 밥을 매일 차리는 것은 쓸쓸하고 고독한 일이다. 그러나 매일 10인분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 고독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오산이다.

 요즘 주부들이 갑갑증을 앓고 있을 것이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고 혼자서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갖는 것도 꿈같은 일이다.

 식탁을 닦는 일에서 누군가가 차려준 우아한 식탁에 귀부인처럼 앉아 본 적이 언제인가.

 결국, 사람이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펼쳐가는 1인분의 삶을 사는 것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2인분 또는 10인분의 삶을 지고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병들고 지치면 1인분의 삶도 무겁게 느껴진다. 훨훨 하루만이라도 가을을 온전히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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