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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늦은 밤길을 운전하고 오면서 자꾸만 라디오에 손이 간다. 음악회의 여운이 남아서인지 귀전에 노랫소리가 테이프의 재생버튼을 누른 것처럼 반복해 아른거린다. 아름답고 신나는 연주를 듣고 왔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은 왜일까.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니 나도 늙고 있는가보다. 예전엔 노구의 외로움을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자신의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발이 끌려가는 고통을 이해해 본 적도 없었다. 멋지게 늙어야한다는 말을 쉽게도 했었다. 누군들 멋들어지게 늙고 싶지 않겠는가. 빈곤이 허리를 휘어잡고, 비틀거리는 건강이 발길을 잡는 노경의 허무. 화려한 봄날을 기억하고 싶은데 어느새 인생의 계절은 겨울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자고나면 변하는 세상의 걸음을 따라잡지 못하고 주춤주춤 방향을 잃은 노인들을 보며 나도 멀지않았음을 느낀다.

색소폰 앙상블 연주회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랜만에 그동안 비어있었던 예술의 감성을 채운 것 같아 기쁘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늙음을 본 것이 더 큰 감동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회원들이 색소폰을 배운다고 하기에 기력이 딸려 제대로 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었다. 가족음악회라는 타이틀에 별 것 있으랴하는 섣부른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노경의 고독한 영혼이라고 하겠는가. 누가 만추를 건넌 낙엽이라 하겠는가. 혼신을 다해 색소폰을 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두꺼비 한 마리씩 물고 있는 듯이 부푼 양 볼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웠지만 지그시 감은 두 눈과 온 몸으로 끌어내는 감정이 자꾸만 눈물이 나게 했다. 예술과 문학은 한 통속이어서 좋은 글을 보고나면 여운이 남아 한동안 잠 못 이루는 것처럼 좋은 음악을 듣고 나면 그 여운 또한 잠 못 들게 한다. 좋은 글은 손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쓰는 것이다. 색소폰도 입으로 부는 것이 아니라 단전에서부터 끌어 오르는 힘으로 온몸으로 연주하는 것이란다. 노경의 연주자가 표정 하나하나 발끝 하나하나까지 음정을 짚어가고 감성을 끌어내는 것을 보며 삶의 깊이라는 생각을 했다. 젊은 연주자가 힘과 테크닉으로 멋진 음악을 끌어냈다면 노경의 연주자는 가슴 밑바닥을 울리는 연륜으로 감동을 선물했다. 와인 한 잔 손에 들고 흐느적거리기도 했고 팔다리 제멋대로 흔들며 춤판을 벌이는 착각에 들게 했다.

참으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축복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게 늙는 것이 행복일 것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인 것이다. 빈곤에 휘둘리지 않고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멋진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아름다워서 자꾸만 눈물이 났었나보다.

살아보니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이가 세월의 속도를 말한다는데 내 남은 생은 분명 과속의 질주가 분명하리라. 먹고사는 일에 치여 앞뒤를 돌아 볼 여유가 없었던 시간을 보내고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업무에서 손 털고 나가야한다는 은퇴라는 무거운 단어 앞에서 휘청거린다. 취업을 위한 준비에 많은 시간 공을 들였지만 은퇴를 위한 준비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하는지, 바람이 훑고 지나간 가슴 속에는 무엇을 채워야하는지 비틀거린다. 묵은 이야기를 잔에 들이부어도 잔은 언제나 비어서 밀려가는 파도소리로 부서진다.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고 맑은 걸음을 걸으려 해도 버려지지 않는 흔적들은 자꾸만 뒤통수를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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