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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매년 똑같이 시간은 미친 듯이 달려갔다고 말한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속도는 더 빨라지고 멈추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도 가지 못하며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을 지냈음에도 세월 참 빠르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고 말하고 다사다난할 또 다른 한해를 건널 준비를 한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겐 위험했다. 어머니의 건강 때문에 숨죽이는 날들이었다.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요양원으로 일어나지도 못하는 마른 줄기 같은 어머니를 끌고 다녔다. 경험과 상식의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모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를 고민하며 건강문제로 선택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는 동안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몇 번이 있었다. 직장을 선택하는 일과 결혼을 결심하는 일과 아이들의 학교를 선택하는 일들이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었다.

누군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를 말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태어남에도 죽음에도 내 선택은 없었다. 내게 주어진 삶의 장에서만 선택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것이 생명을 가진 특권이며 고난의 의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새 희망이고 기쁨일 수 있지만 두려움일 수도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또 나라를 이끌어갈 수장을 선택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선뜻 선택을 못 하고 이쪽저쪽을 저울질하고 있다. 나도 아직 누구를 선택하지 못했다.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 방송의 공해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는 동안 무수한 선택 앞에서 망설였고 수없이 그 선택에 후회했고 수없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 때론 고민 없이 선택했고 때론 머리를 쥐어짜며 어렵게 선택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든 나는 늘 선택 앞에서 망설였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적이 많았다.

이제는 걷지 못하는 어머니를 요양 시설에 보내야 하는 결정 앞에서 아무리 냉정해져 결정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삶에 대신 선택해주면서 과연 이것이 맞는 것인지 며칠 밤을 망설여도 결론을 내기가 어려웠다.

머리가 욱신거리더니 가슴에 묵직한 통증이 찾아왔다.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하기도 어려운데 어머니의 여생을 당신의 허락 없이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심장도 견디지 못했던 모양이다. 정신과 의사와 오랜 시간 상담을 하면서 내가 내 편견의 껍질을 벗기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다.

학창시절 진로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내게는 선택권도 결정권도 없었다. 인문계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 진학에 뜻이 없었음에도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부모님의 소망대로 선생이 되어 있었다. 내 삶의 선택과 결정은 부모님 손에 달려있었다. 어쩌면 내 뜻이 반영되지 않은 강요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부모님은 고민 끝에 나름의 최고의 선택을 하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은 학교도 있었고 전공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배제하고 앞날을 설계하기에 그만한 뱃심이 내게 없었다. 그냥 부모님의 선택대로 무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의사 선생님이 선택의 기준을 무엇에 두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셨다. 그러고 나니 결정이 쉬워진 느낌이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최고의 선택은 없는 것 같다. 부모님처럼 가장 무난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어느 결정이든 후회는 있을 것이고, 오래된 고질병인 결정장애를 오래도록 끌어안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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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