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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혜경

벌써 피어야 했을 동백이 피지 않는다. 한겨울에 베란다를 환하게 밝히던 동백이었는데 한 송이가 피고는 더 이상 봉오리를 열지 못한다. 집을 자주 비워서 물을 제때에 주지 못한 이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해진다. 매일 매일을 살면서 나는 무수히 투덜거리고 부족한 것들을 갖고 싶어 했다. 오늘도 하늘을 향해 꽃이 피게 따뜻한 햇살을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소소한 내 일상의 일들을 가지고 하늘에 무수한 것들을 부탁한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었고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순탄하길 빌었고 돈이 많이 생기기를 빌었다. 내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사라지고 행복을 주는 사람들만 우리 곁에 있게 해달라고도 했다. 이런 막연한 소원을 비는 사람이 나 하나뿐일까. 수천억의 인간에게 수천억 번의 똑같은 소원을 들어야하는 하늘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귀가 아플지도 모르겠다.

한가한 날이면 창문 난간에 팔을 걸치고 별의별 잡다한 바람을 하늘에 내 놓는다. 그러다가 좀 더 초인간적이고 우아한 소원을 빌어보자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하다.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고 세계를 불행에서 구하고 암이나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없어지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산불과 홍수와 가뭄으로 생명을 잃는 인간과 동식물이 없게 해달라고 정성껏 빌어보았다. 간절함을 담아 하늘에 읊조려보니 어쩌면 들어주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리석은 인간은 가끔씩 끝을 모르고 하늘을 탐할 때가 있다. 이카로스의 추락을 말하지 않아도 인간의 교만은 끊임 없는가보다. 오래도록 간절히 원하고 필요했던 도저히 내가 이룰 수 없었던 소원을 빌어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일이 아닐까. 살면서 마음이 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렁에 빠져 있을 때마다 마음을 비우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원했었다. 말처럼 마음을 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번도 나는 마음을 비워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하늘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일일 것이다. 큰 재물을 탐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인간관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었다. 좀 더 넉넉한 사람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간단한 일이 너무도 어려웠다. 그 모든 것이 내가 마음먹기에 따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쉽지가 않다. 내가 어려워하는 일을 하늘은 할 수 있겠지.

평온한 수면 같은 마음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들길에 아무렇게나 핀 들풀처럼 거센 비바람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지도 모른다. 단단히 흙을 움켜쥐고 있는 대나무처럼 흔들릴 뿐 쓰러지지 않는 지혜를 줄지도, 사자처럼 포효할 줄 아는 용기를, 오니를 끌어안고 바다로 가면서 철철 울 줄 아는 강물의 슬픔의 표현법을 배우게 할지도 모르겠다.

새벽을 향해가는 밤하늘엔 별 하나 반짝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은 어쩌면 순수인지도 모르겠다. 하얀 빛처럼 검은 빛도 붉은 빛도 수수한 태초의 빛깔인지도 모른다.

어질러지지 않은 검은 하늘에 무겁고 칙칙한 선을 하나 그어 놓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며 새해의 희망찬 소원을 빌었을 것이고 나도 내가 풀지 못한 어려운 일들을 들어 달라고 중얼거려 본다. 수천억의 소원 중 내 것을 들어 달라고 떼를 써보며 늘 싸움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치도 잠잠히 해줄 수 있으시냐고 묻고 싶은데 이루지 못할 어려운 숙제를 드리는 것 같아 슬며시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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