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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꽃은 조용히 홀로 핀다던가. 그러나 내 귀엔 꽃들의 다투어 피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제각기 고운 자태를 뽐내려는 듯 다투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상을 사는 이치도 이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던가. 가진 재물과 재주를 뽐내고, 권력과 지위를 자랑하며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드러냄으로 좀 더 나은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꽃이라고 다를쏜가. 다른 꽃보다 먼저 피어나려 하고 태양 빛을 잘 받는 위치를 차지해야 하고 더 화려하고 짙은 향내로 벌, 나비를 유혹하려 한다. 화사한 봄볕이 들면 꽃의 아우성에 내 눈과 마음은 세상이 온통 빙빙 도는 듯한 현기증에 시달린다. 이들의 '나 좀 봐주세요'하는 아우성에 속절없이 나도 마음이 끌려드는데 벌 나비는 이 요란한 유혹을 어찌 매정하게 뿌리칠 수 있을런가.

캠퍼스를 오가는 스무 살 안팎 소녀들의 끊임없이 조잘대는 모습은 늘 싱그럽고 발랄하다. 이들을 보면 활짝 만개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보는듯하다. 불그스레 연분홍빛 물이 촉촉이 올라 살짝 스치기만 해도 꽃물이 들 것 같지 않던가. 까르르 까르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는 사르르 부는 바람에도 몸살 난 듯 흔들리는 꽃송이 같다.

잘록한 허리와 터질 듯 부푼 가슴을 한껏 드러내고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흔들며, 꽃이 벌 나비를 유혹하듯 수줍은 소년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어디서든 경쾌한 음악이 흐르면 이제 막 꽃 물든 온몸을 흔들어댄다. 봄바람에 뜨거운 가슴 부르르 진저리쳐대는 꽃 무리 같다.

꽃은 온몸으로 말하고 온몸으로 노래하며 온몸으로 서러운 이별을 말하기도 한다.

아직 지지 않아도 좋을 꽃잎이 바닥에 숱한 별처럼 떨어져 박힌 모습은 은하수 저편을 슬픔으로 바라보는 직녀의 마음인 양 가슴을 아리게 한다. 떨어져 별이 된 꽃잎이 사랑을 잃은 내 마음이던가. 너무 안쓰러워 차마 밟지 못한다.

떨어져 뒹구는 꽃잎 하나 주워든다. 아직 가시지 않은 향내가 코끝을 간질인다. 귀에 가만히 대보면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끝없이 속삭인다.

꽃 무리 속에 벌 나비 희롱이 요란하다. 팔랑이는 나비가 된 양 꽃 숲에 숨어 본다. 따스한 여인의 품에 안긴 가슴 뛰는 소년이 된 것 같다. 소녀의 웃음소리처럼 꽃들의 해 맑은 아우성이 들려온다.

꽃길을 따라 무심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주먹만 한 꽃송이가 구름처럼 몽글몽글하게 핀 왕벚꽃을 만나게 된다. 벚꽃이 하얀 꽃잎을 바람에 다 내어주고 새잎을 내려 할 때 왕벚꽃은 피기 시작한다. 다른 꽃보다 늦게 피는 만큼 소담스럽고 요란하다. 왕벚꽃 아래 있으면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환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만 애잔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꽃에는 응당 암술과 수술이 존재하는 것이 종족 보존을 위한 이치일 텐데 왕벚꽃에는 암술이 없다. 암술이 퇴화하여 꽃잎이 되었단다. 다른 벚꽃보다 소담스럽고 아름답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참으로 서글픈 아이러니가 아닌가. 어른의 말씀처럼 하늘은 모든 것을 다 주시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뛰어나게 아름답지만, 열매가 없는 슬픔을 간직한 것 같아 안쓰럽다. 꽃잎이 다 바람에 흩어진 벚나무는 까만 열매를 품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어머니가 배 속에 아기를 품고 행복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별로 예쁘지 않은 내게 두 아이를 주신 하늘은 어쩌면 너무도 공평한 것 아닌가. 아름다움에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야박한 하늘의 뜻이라면 그 또한 공평함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발그레한 꽃송이로 한 계절을 행복하게 건너는 왕벚꽃 아래서 나도 예쁘고 행복한 여인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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