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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땀만큼 정직하고 소중한 게 있을까. 땀은 힘을 쏟은 결과 나오는 노력에 대한 증거물이다. 땀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거의 물 같은 땀을 배출한다. 근력보다 지구력이 높아지도록 진화한 사람은 오래 에너지를 발산하면 체내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단시간에 힘을 써서 나오는 땀보다 오래 힘을 써서 나오는 땀의 양이 월등히 많은 것이다.

시골에 사는 나는 이것저것 힘써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여름철에 엄청나게 자라는 풀을 베어 내려면 땀을 비 오듯 흘려야 한다.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기다란 장대에 달린 날을 휘둘러 적군을 베어버리듯 풀을 쓰러트리며 나아간다, 그렇지만 그 베는 쾌감은 순간이고 뒤따르는 '힘듦'이 더 고통스럽다. 산 밑에 위치한 우리집 주위에 무성한 풀을 다 베어 내려면 이틀은 땀을 바가지로 흘려야 한다. 더구나 집 앞과 뒤가 경사가 상당한 편이라 힘은 배로 든다.

풀을 베기 위해서는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어설프게 나섰다가 말벌에 쏘이기라도 하면 며칠씩 고생을 감수해야 하고 특히 목 주변에 쏘이면 부기가 기도를 막아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어 무조건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말벌은 제 집을 건드리면 순식간에 바로 달려들어 독침을 쏘기 때문에 덩굴 등이 우거진 곳은 미리 기다란 작대기로 툭툭 쳐 보아 말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풀 베러 나갈 때는 망사모자, 안면보호대, 앞치마 등 필수장비를 꼭 갖추고 나가야 한다.

풀 깎기만 힘 드는 일이 아니다. 텃밭 가꾸는 일도 100평만 되어도 만만치 않다. 나는 텃밭과 잔디밭, 꽃밭, 연당, 비닐하우스 등 200여 평을 관리한다. 현재까지 이 정도를 가꾸고 소화하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갈수록 힘에 부침을 느낀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힘이 많이 들었다. 연못 보수와 헛간 신축, 비닐하우스 내 책방 설치 등으로 나 혼자 해내야 할 일이 많아서다. 비전문가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면 나중에는 어느 정도 처음에 그렸던 모양이 나와 결과에 흡족하곤 한다,

수개월 이런 일에 쏟은 땀을 측정해 보았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작업 때마다 비에 젖듯 땀에 흠뻑 젖은 옷을 보면 가늠이 안 된다. 땀 흘려 노동을 하면 대개 그에 따라 목표했던 '결과물'을 주지만 부수적으로 '덤'도 준다. 근력과 지구력이 늘어나고 많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어 얼굴이 환해지는 등 건강한 몸을 선물한다. 덤이고는 참 괜찮은 덤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은 내가 시골에 사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거기에다 맑은 공기와 자연풍경까지 몸과 마음에 들이니 이만한 행복이 없다 싶다.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는 몸은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 정신을 항상 맑고 살아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하며, 육체 또한 활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힘을 써서 땀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땀을 흘린다는 것은 우리가 생생히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오늘도 시골 농부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땀이 나도록 정성으로 텃밭과 정원을 가꾸면서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기쁨 속에 사는 삶에 만족한다. 그리고서 아침햇살 받으며 기상나팔을 힘차게 불어대는 나팔꽃 같은 또 다른 싱싱한 하루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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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

[충북일보]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뛰었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는 취임 2년을 앞두고 충북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만큼 매일 충북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지사는 취임 후 중앙부처와 국회, 기업 등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뛴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투자유치, 도정 현안 해결, 예산 확보 등에서 충북이 굵직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견인했다. 김 부지사는 대전~세종~청주 광역급행철도(CTX) 청주도심 통과,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사업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지난 2년 가까이를 숨 가쁘게 달려온 김 부지사로부터 그간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9월 1일 취임한 후 2년이 다가오는데 소회는. "민선 8기 시작을 함께한 경제부지사라는 직책은 제게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이면서도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