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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살아가면서 여행만큼 반전이 일어나기 쉬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대개 여행을 하려면 미리 계획을 세운다. 어디를 어느 기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체험할 지를 생각해서 일정표를 만든다. 외국여행, 특히 패키지여행은 그 특성상 세밀한 시간표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정표가 짜이면 여행은 그 일정대로 진행된다.

그런데 그러한 단체여행 말고 개인적인 여행까지 세세한 일정계획이 필요할까. 나는 여행을 좋아해서 혼자든 여럿이든 기회만 되면 자주 가는 편이다. 대개 여행일정은 큰 계획, 즉 당일 여행, 또는 몇 박 며칠의 여행을 할 건가 결정되면 교통편과 숙박할 곳을 먼저 결정하고 나머지는 여행기간에 가 볼 수 있는 분량에 맞추어 몇 군데를 정하고는 별도의 세세한 시간표는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하다보면 우선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 가는 여행인데 또 무언가에 매이게 될 수 있어 여행의 맛을 별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번개 여행을 다녀왔다. 집사람의 알바처에서 예정에 없던 휴가를 쓰게 되어 번개모임 같은 여행을 한 것이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집에서 2시간 이내 거리인 안동을 1박 2일로 가보기로 했다. 숙소만 안동시내에 예약하고 하회마을로 떠났다. 예천을 지나는 데 용문사 관광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 혼자 가 본적이 있었는데 그 때 기억에 남은 절의 정경이 너무 좋아 핸들을 바로 돌렸다. 예정에 없던 일정인 것이다. 마침 관광해설안내소가 있어 문을 두드렸더니 조금 지나 안내자가 나오기에 해설을 듣고 싶다 했더니 두 사람이라 해설은 안 되고 안내만 해주겠다며 안내판 앞에서 짧은 설명을 하고는 수해가 나 이 지역에 사람이 몇 사람 죽은 상황인데 놀러오는 사람이 다 있다는 말을 한다. 순간 아차 싶기도 했지만 그럼 그 지역의 수해상황까지 미리 알아서 휴가는 피해야하는가 하는 반감이 일어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내자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싶기도 했지만 한편 만약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한 번 더 깊이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이것도 여행에서 부닥칠 수 있는 반전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추슬렀다.

다음은 예정한 대로 하회마을로 갔다. 팔월 폭염은 이런 맛이라고 할 정도로 한낱 햇볕은 불볕이었다. 그런대도 안내자는 복장을 갖추고 땀을 뻘뻘 흘리며 다른 데로 가면 뙤약볕이니 그늘이 있는 코스로 가라고 누차 안내했다. 아, 저 안내자분은 여기 관광 온 사람을 손님 대접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수해 같은 딴 애기는 말하지 않았다. 이는 어제의 느낌과는 다른, 또 하나의 반전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귀로에 도산서원을 들렸다. 아침 아홉시 개장시간에 맞춰갔다. 입구에서 도산서원까지 들어가는 길은 언뜻언뜻 넓디넓은 낙동강이 보이고 오는 손님 시원하라고 나무마저 그늘을 만들며 늘어서 있었다. 아직도 도산서원은 조선최고 서원의 풍채와 깊이를 갖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이제 막 해설하러 나오는 해설사를 만났다. 그들은 선비복 같은 단정한 근무복을 입고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했다. 구경 잘 하셨느냐, 꽤 더우셨지요? 하며 안녕히 가시라고 또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저절로 마음이 밝아지고 대접받는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아, 이는 진짜 반전에 반전을 맛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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