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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새벽 동쪽하늘 샛별이

땅으로 내려와

노오란 호박꽃이 된다

땅이 콩잎처럼 누렇게 물들면

콩잎보다 진하디 진한 호박꽃

대를 이으려는 욕망이 타올라

대문 활짝 열어 호박벌을 들인다

뉘라서 끝을 알고 시작을 알까

흐르는 세월 잡아채는 순간

호박꽃은 번쩍이는 칼날이다

―장현두, '호박꽃' 전문



아름다운 이슬, 백로(白露) 절기를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스치고 바람은 뽀송뽀송해진다. 한로(寒露)에 이르면 찬이슬이 내린다.

가을은 누구보다도 식물이 먼저 알아차린다. 호박은 처음에는 간혹 가다 호박열매를 달지만 서늘한 기운이 내리기 시작하면 부쩍 암꽃을 피운다. 암꽃아래에는 이미 작은 호박열매를 달고 나온다. 서리가 오면 호박은 오동잎 못지않게 큰 호박잎이 일시에 파김치가 되어 그해 생을 마감한다. 때문에 서리가 오기 전에 서둘러 후손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기 생애에서 아들을 두지 못했다면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길 정도로 죽기 전에 대를 잇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것은 가문의 엄숙한 의무요 본능적인 욕구였다.

나도 그 대 잇기의 염원 때문에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없음을 늘 한탄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나이 칠십이 다 되어 재취(再娶)를 해서 칠십에 드디어 고추 단 아이를 얻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나의 할아버지이고 할아버지는 아들 넷에 딸 하나를 두었다. 그 중 큰 아들이 아들 둘을 두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이니 나는 우리 집안의 대를 이어오는 줄기의 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호박이 끝물에 다다라 호박을 달기 시작하면 나는 여리고 야들야들한 호박을 찾아 보물찾기를 한다. 이때 호박넝쿨이 뻗어가는 곳에 넓은 호박잎을 젖히면 아주 여리고 탐스러운 호박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보물찾기하는 어린애 마냥 뜻밖에 호박을 찾는 기쁨이 쏠쏠하다.

노오랗고 커다란 호박꽃이 마음을 열어 호박벌을 맞는 모습은 곧 서리를 맞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대처하는 내공 깊은 아름다움이다. 우리도 생의 서리 맞을 때를 대비해서 무언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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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