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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공필화 작업을 하는 가까운 선배가 있다. 공필화는 중국 전통미술의 기법 가운데 하나로 공을 들여 섬세하게 그린 그림을 뜻한다. 따라서 작업을 위해 매우 얇은 세필붓으로 한 가닥씩 그려야 한다. 예를 들어 새를 그린다면 새의 깃털 한 가닥, 한 가닥, 부드러운 질감표현 등 그 하나, 하나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수많은 작품이 모여 하나의 대작이 완성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 선배의 작품을 보는 이들은 아름답고 섬세함에 기분 좋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나는 그 선배가 공필화를 하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이 깃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어서 얇고 얇은 무수한 붓 터치가 몸서리치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 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져서였다. 모르고 봤더라면 표면적인 아름다움에 감동을 하겠지만, 어떻게 작업에 임하는지 알고 보면 다르다.

미술작품은 구상에서부터 스케치, 그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연습이 거듭된다. 습작에서부터 온전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인생을 미술작품에 비유하지만, 연극인들은 인생은 무대, 당사자는 그 주인공이라 한다. 비슷한 생각이다. 다만 연극 공연이나 미술작품은 하나의 작품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연습을 거듭한다. 인생을 그렇지 않다. 연습이 없다. 항상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 시간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은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작품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경험 및 간접경험이라도 해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입신양명(立身揚名)을 한 지인이 있다. 주위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가 가족과 일상적인 행복을 포기하면서 이룬 학업에 대해서도 누구나 석박사 학위를 쉽게 받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이들이 누리는 일반적인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사회에 나아가 경제활동을 하는 것까지도.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에 비슷한 또래와 만남을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 결국 원하는 꿈을 이루었다.

미술작품은 진실함과 노력의 산물이다. 그 결과가 그대로 보인다. 노력의 여부는 완성도에서 결정된다. 그림을 그리노라면 여기까지만 하고 마무리해야 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붓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 이제 더 못할 것 같을 때까지 인내심으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상자의 시각에서 비로소 안정감이 느껴진다. 그렇게까지 하기까지 무수한 고통이 따른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문턱에 닿을 듯한 느낌에 더는 힘들어서 대부분 이들은 포기하고 만다. '포기'는 나쁘지 않다.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포기를 인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는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해야만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이는 그림에 비유하면 완성도를 향해 달려가는 것과 같다. 끝이 다가오지만, 열정을 안고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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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

[충북일보] "'고향 발전에 밀알이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앞만 보며 열심히 뛰었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명규 충북도 경제부지사는 취임 2년을 앞두고 충북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만큼 매일 충북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지사는 취임 후 중앙부처와 국회, 기업 등을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며 거침없는 행보에 나섰다.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뛴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투자유치, 도정 현안 해결, 예산 확보 등에서 충북이 굵직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견인했다. 김 부지사는 대전~세종~청주 광역급행철도(CTX) 청주도심 통과, 오송 제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사업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지난 2년 가까이를 숨 가쁘게 달려온 김 부지사로부터 그간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22년 9월 1일 취임한 후 2년이 다가오는데 소회는. "민선 8기 시작을 함께한 경제부지사라는 직책은 제게 매우 영광스러운 자리이면서도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