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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과 고흐는 1888년 10월 23일부터 2개월 동안 프랑스 아를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고흐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동 작업이었다. 고갱은 당시 생활이 어려웠기에 고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노란집' 이라 불리는 아를의 작업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토론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화가 생기고 결과는 비극으로 끝났다.

두 화가는 서로 다른 강한 개성을 가졌고 끝내 관계의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본래 고흐는 고갱을 존경했으며 그가 아를에 오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공동 작업을 기다리며 '해바라기' , '화가의 침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걸작을 남겼다. 비록 공동 작업의 결말은 좋지 않으나 짧은 기간 동안 서로의 예술세계를 공유할 수 있었고 서구 미술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본래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다툼과 비극으로 끝나는 인간관계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서로 잘못했거나 나빠서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를 뜻한다. 가장 좋은 인간관계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갈등이 생기면 오해를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고 이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결이 서로 다른 경우 자존심을 내세우며 잘잘못을 따지고 감정의 에너지를 소비하며 결국 파국에 이른다. 인간은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지니기 때문에 100%의 선과 악을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며 선한 사람이더라도 그 부분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대로 결이 비슷한 사람은 인연을 맺은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대화를 하다 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고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와 주로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변 인물 중 가장 친한 5명의 사람을 떠올려 보고 그 평균이 자기 자신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비슷한 사람과 교류하고 원활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결이 맞지 않은 사람을 겪은 적 있다. 초면에 대화를 나누다가 싸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억울한 감정을 품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일반적으로 그냥 지나갈 만한 일에 오랫동안 감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때 이후 늘 조심하면서 대했으나 사소한 오해를 하기도 하고 트집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문제 삼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서서히 멀어지는 편을 택했다.

비로소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어둡고 답답한 동굴을 불안한 마음으로 걸어가다가 밝은 세상이 펼쳐지는, 그야말로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결이 다른 사람과 꼭 인간관계를 이어나갈 필요는 없다. 우리 사회는 관계 지향적 성향이 있어 다툼이나 분쟁이 생기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과 완벽하게 잘 지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면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영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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