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0.1℃
  • 구름많음강릉 4.3℃
  • 박무서울 1.5℃
  • 흐림충주 1.1℃
  • 흐림서산 3.5℃
  • 구름조금청주 4.5℃
  • 대전 6.7℃
  • 구름많음추풍령 4.5℃
  • 구름많음대구 6.9℃
  • 맑음울산 7.5℃
  • 구름조금광주 7.0℃
  • 구름조금부산 7.9℃
  • 흐림고창 6.8℃
  • 홍성(예) 5.8℃
  • 구름조금제주 8.0℃
  • 구름조금고산 12.6℃
  • 구름조금강화 0.9℃
  • 흐림제천 0.6℃
  • 구름많음보은 4.1℃
  • 구름많음천안 2.1℃
  • 구름많음보령 8.2℃
  • 구름많음부여 7.9℃
  • 흐림금산 7.3℃
  • 흐림강진군 5.8℃
  • 맑음경주시 8.0℃
  • 구름많음거제 8.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12.18 15:05:30
  • 최종수정2022.12.18 15:05:30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시원스럽게 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에 쌓인 홍진(紅塵)이 남김 없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더불어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도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생활이나 회식 문화에 춤과 노래는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모임이나 직장에서 신입이 들어오면 자기소개 및 장기자랑을 하게 되는데 특히 춤과 노래가 가장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또 단체 회식의 마지막 코스로 노래방이 빠질 수 없다. 이곳에서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춤과 노래로 해소하며 회식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 오히려 반대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상황이 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춤과 노래를 제대로 못 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으며, 부끄러움이 앞서 자신감 있게 나서지 못한다. 늘 그러한 상황이 되면 주눅이 들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속이 타들어 간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상당히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나로 인해 분위기가 흐려지는 듯해 불편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 못 불렀기 때문에 그것이 축적되어 더욱 노래를 안 부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꺼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타인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숨이 막히고 불안함이 엄습한다.

춤과 노래는 어린 시절부터 중요한 요소로 작용 된다. 장기자랑, 소풍, 운동회, 야외활동 등에 꼭 필요하다. 더욱이 단체생활에 적극적이고 또래에게 인기 있는 아이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그것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소극적인 아이로 자랐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시험을 보기 위해 반 아이들 앞에 노래를 불러야 할 일이 자주 있는데 꼭 해야만 하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란하고 고통스러웠다. 좋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마음은 애초에 없었고 지옥과도 같은 이 시간이 홀연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었을 뿐이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 당시 직장 내 회식 문화가 존재했으므로 춤과 노래는 꼭 수반되어야 했다. 업무에 대한 걱정보다 사회생활의 전반에 필요한 노래를 불러야 함을 더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상황에 맞서 지금이라도 노래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내성적이지 않은 이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즐거움을 만끽하며 부르면 될 노래를 꼭 배워야만 하는지 의아해했기 때문이다. 그 굴하지 않았고 노래교실이나 보컬 트레이닝 등 샅샅이 알아보았다. 그러나 결국 이마저도 실행하지 못했다. 노래의 두려움과 트라우마가 배움에 대한 욕구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한편, 노래를 부르는 것은 싫으나 듣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젊은 시절에는 아메리칸 틴에이저 마냥 팝송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K-POP을 즐겨듣고 감상한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아이돌 가수 노래를 듣노라니 스스로가 주책스럽고 철이 없이 느껴진다. 노래를 통해 한류 문화를 이끌고 알리는 주축으로 춤과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남과 더불어 끝없는 노력을 병행하는 이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존경한다. 또 꿈을 펼쳐 나가는 아름다운 열정에 깊은 응원과 찬사를 보내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춤과 노래를 제대로 못 하므로 일종의 대리 만족과도 느끼기도 한다. 심금을 울리며 뿜어져 나오는 노래와 유려한 춤을 감상하노라면 오랜 시간 꿈꾸어 왔던 것을 춤과 노래에 대한 염원을 이룬 것과 같은 가슴 벅찬 해방감이 든다.

이루지 못한 로망인 춤과 노래는 아직도 난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세월이 변해감에 따라 생각도 서서히 바뀌었다. 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여전히 동경하고 부러워하지만, 꼭 이를 잘 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잘 해야 한다는 관념이 오히려 마음을 옥죄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지금은 누군가 노래를 잘 한다면 타인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할 일상 속에 스스럼없이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노래를 잘하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하며 살아가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이 앞서니 서서히 노래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언젠가 타인들 앞에서 자유로이 노래를 부르는 날을 꿈꿔 보기도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