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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르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과 근원적인 불안을 독특한 필치로 담아내며 20세기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독창적인 화풍이 형성된 까닭은 개인적인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80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평생 세 명의 여성을 만났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첫사랑은 크로아티아의 사교계에서 유명했던 여성이었다. 아주 매력적이었고 불같은 사랑을 했으나 이미 상대는 기혼이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 뭉크는 사랑의 크기가 컸던 만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끝났다.

두 번째 사랑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던 소꿉친구이자 연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친구와 결혼을 하며 뭉크는 다시 사랑에 실패한다. 애석하게도 결혼 후 그녀는 34살의 나이로 총기사고로 사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에게 빼앗기고 목숨마저 잃은 슬픔은 홀로 감당하기 버거웠을 것이다.

세 번째로 만났던 여인은 뭉크를 많이 사랑했으나 지나친 집착이 문제가 되었다. 뭉크에게 결혼을 요구했고 그럴수록 부담스러워졌다. 그녀는 총을 가져와 결혼해 달라는 난동을 부렸고 뭉크는 그녀를 말리다가 총이 발사되는 바람에 손가락에 맞아 결국 왼쪽 중지 손가락을 잃고 만다. 이후 여성을 만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잘못된 사랑은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특히 집착은 결국 서로를 파멸로 이끈다. 사랑하는 마음에 이기심이 더해져 집착에 이르면 외려 본인도 힘들며 더욱 강한 집착을 낳는다. 집착을 당하는 상대는 지옥과 같은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며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상대를 존중하고 깨끗하게 마음을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랑은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집착하거나 억지로 사랑을 이루려 해서 없던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로가 맞아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더라도 그 사람은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이해해야만 한다.

비단 남녀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다. 여러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이치다. 이웃이나 친구, 직장동료, 가족, 지인 등 마주해야 할 사이에서 집착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집착은 잘못된 욕망에서 비롯된다. 인간관계를 경험해보면 집착이 유독 심한 사람이 있다. 부탁을 들어달라거나 친해지고 싶거나 이유는 다양하다. 부담스러움에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강력한 집착이 발현된다. 상대가 거리를 둔다는 것이 느껴지면 복수심과 원망을 품는다. 그리고 이성을 잃고 뜻대로 모든 것을 행한다. 혼신을 다해 집착에 힘을 쏟는다. 그들은 지칠 줄 모른다. 그리고 힘들어하는 상대를 보며 서서히 결핍을 채워나가고 비로소 만족해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다. 집착을 당하는 상대는 얼마나 큰 고통인지 경험해보지 않고서 이루 말할 수 없다. 놓아줄 때를 알고 인연을 놓아주는 것과 상대의 거절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본인의 결핍을 집착이 아닌 긍정적인 방법으로 채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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