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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서양화를 전공한 가까운 지인인 미술가가 있다. 작품 활동과 관련된 수입이 거의 없지만 한결같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다. 얼마 전 대화를 나누다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이냐?”라고. 그 질문에 그녀는 그래도 아마 미술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다소 뜻밖의 대답을 해왔다. 그림을 그리며 후회한 적이 있는지 연거푸 질문을 하자 미술을 하면서 ‘왜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않았을까?’ 후회한다며 일찍 했더라면 학창시절 미술에 관련하여 더 많이 탐구하고 마음 졸이며 입시에만 치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 대답을 듣고 앞선 질문에 대한 그녀 말이 이해가 됐다.

수입에 치중하지 않고 본인의 의지력으로 힘겹게 해내는 모습에 경외감이 느껴졌다. 작가라는 직업은 출퇴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인 직장에 비해 다소 늦게 작업실로 향하고 차림새도 자유롭다. 화장과 정돈된 옷차림에서 벗어나 기초화장에 가벼운 립스틱 정도만 기분에 따라 달리하며 간단하게 마무리하며 옷차림은 작업하기 편한 바지와 앞치마 정도이다. 그러나 미술을 향한 집념과 노력은 무서우리 만치 강했다. 한번 집중을 하면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데 할애한다.

그녀와 가끔 대화를 할 때의 느낌은 노력에 비해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에 상실감이 있는 듯 했다. 미술평론가로서 그림을 봤을 때 기법 자체가 서정적이고 좋았다. 주제만 잘 잡아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면 상당히 괜찮을 것이고 상업성도 있을 것이라 판단 되었다. 일부를 제외한 작가의 삶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서구 여러 나라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적으로 작품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그녀에게 미술대전을 비롯한 각종 공모전의 소식을 알려주며 각종 미술 잡지에서 얻은 현대미술의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고 그녀가 더 좋은 방향으로 잘 풀리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러한 미술계의 상황이나 공모전의 소식을 필자보다 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왜 도전하지 않는지 안타까웠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대답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기회를 놓치는 듯 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본인에게 있어 완벽한 화풍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그러나 화풍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추상화가 칸딘스키도 처음에는 사실적인 그림을 즐겨 그리다 후반기에 이르러 추상화를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추상미술의 대가로 잘 알려진 화가이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언젠가 화풍이 변하고 완벽하게 정립될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비록 완전하지 못하나 기존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한번 도전해 보라는 내 의견에 그녀가 우물쭈물하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전시회를 열었다가 혹평만 받고 잊혀지게 되었다고. 그녀의 말을 듣고 왜 작품을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지 마음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림이 삶의 전부였던 그녀에게 몹시 큰 상처가 되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에 흔들릴 필요는 없다. 본인의 시간과 노력, 혼신과 정성을 다한 작업은 그것만으로도 빛나는 가치가 있다. 취향은 다양하고 그림을 보는 눈 역시 하나로 규정될 수 없다. 네델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 반 고흐는 생전 1500여 점의 그림 가운데 단 한 점이 판매되었을 뿐이었다.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 했지만 현재 그의 그림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후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명화가인 그녀 역시 현 시점에서 고난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 화가로 자신의 꿈을 꽃피울 날이 꼭 올 것이라는 꿈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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