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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이웃에 살던 아름다운 언니가 있었다. 외모만큼 성격도 좋고 당당한 여성이었기에 늘 동경의 대상이 된 언니였다. 그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다정한 성격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이었기에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있었다. 몹시 가난하게 살다 자수성가를 했던 남성은 아름답고 장래가 촉망되나 평범한 집안의 그 언니를 두고 재력가인 다른 여성을 몰래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섭섭함을 토로했으나, 재력가인 여성과는 친구일 뿐이라며 친구조차 못 만나게 하는 그녀를 오히려 옹졸한 성격의 소유자로 몰아갔다. 차후 그들이 친구 이상의 관계라는 것과 더불어 그녀의 눈을 피해 만남을 이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고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헤어지고 난 뒤 남성이 애원하며 연락이 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조차 거짓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당당하고 아름답던 모습은 애석하게도 자신감을 상실한 어두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어 이후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필자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이웃에 살던 아름다운 언니였다. 세월이 많이 지나도 특유의 고아함이 있었다. 밝아 보이기도 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먼저 인사를 했고 이내 서로가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히 좋은 남성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늘 그림을 가까이하며 사는 나의 삶도 좋아 보인다는 덕담도 해 주었다. 그리고 미술학원에 다녔던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영어, 수학 등의 학원은 학업을 위해 다니고 미술학원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다녔다고 한다. 그림에 몰두하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심신을 단단히 하여 학업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미술 선생님께 투정을 부리며 하기 싫다는 둥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것이 스트레스 해소라 생각했던 어린 시절 선생님께 억지를 부린 사실이 지금 돌이켜보면 미안하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녀를 유아기 아이를 대하듯 응석을 받아주며 가르쳤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모습에 투정은 고쳐졌으며 이후 즐겁게 그림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자친구와 헤어져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주위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면 좋아질 것이라 했으나 노래 연습장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탈진한 상태의 심신으로 겨우 연필을 붙잡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그 시간만큼은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받았던 상처와 고통이 꽤 깊숙이 전이 되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을 참으며 어색하게 이야기를 듣던 나에게 예전의 아픔은 이제 괜찮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본인이 소장한 작품을 보여준다.

들장미 꽃이 그려진 그림은 크고 화려하지만 비교적 저렴해서 소장하게 된 작품이며 이 그림을 보면 밝은 느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상처를 겪고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만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서슬 퍼런 가시를 곤두세운 들장미의 모습이 한때 있었으리라. 그러나 비바람과 척박함을 이겨내고 예쁜 꽃을 피우는 들장미와 같이 어두웠던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그녀에게 늘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희망한다. 그림 속의 아름다운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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