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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필자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대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해 지금은 1/3 정도 흰머리로 뒤덮여 있다. 노화 과정에 따라 흰머리가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나 이렇듯 이른 흰머리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 영양결핍, 스트레스 등이라고 한다. 필자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나 영양결핍은 해당 사항이 아니니 스트레스의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알게 모르게 받은 스트레스가 흰머리로 발현되니 이 또한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 한 가지 케이스가 되어버렸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는 프랑스혁명 이후 처형되기 전날 37세의 나이에 하룻밤 사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백발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스트레스와 흰머리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이야기이다.

필자 역시 30대가 되면서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어나 염색을 하기 시작했고 3개월마다 한 번씩 하던 뿌리염색은 2개월에서 1개월로 시간적 간격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흰머리는 눈에 잘 띄다 보니 염색을 하지 않으면 관리가 부족하거나 게을러 보일까 염려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지는 흰머리에 급기야 3주마다 염색을 하러 미용실로 자연스럽게 향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블랙푸드라 불리는 검은깨와 검은콩 등을 먹고 하수오즙과 같이 흰머리에 좋다는 것도 마셔보고 비타민을 꾸준히 섭취하기도 했으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흰머리가 감당하기 버거웠다. 모자를 쓰고 다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가장 무난한 방법은 역시나 염색이었다. 잦은 염색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그것을 감수하면서도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염색을 결국 하고야 말았다. 스스로가 젊고 건강하며 정돈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오랜 친구가 말했다. 흰머리가 있으면 어떠냐고. 은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성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의 이야기에 흰머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으나 필자는 아름다운 은발이 아닌 머리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난 흰머리였기에 피부나 패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생각을 전했다.

생각이 깊었던 친구는 내게 말했다. 너의 흰머리는 열심히 살아왔던 증거이며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흰머리가 생겼을 뿐이라고. 매 상황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던 내 삶을 오롯이 인정해 주는 기분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나의 흰머리가 고민거리로 생각되지 않았다. 이러한 흰머리가 삶을 향한 집념과 성실의 결과물이었다면 매달 머리를 덮는 화학적인 염색은 그만두어도 될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흰머리가 스트레스이듯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다. 외적인 이유에서 흰머리를 감추려 하니 더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본연의 모습이자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자연스러운 흔적이라 생각하니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물론 흰머리는 연령에 비해 늙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람은 살아온 모습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한다. 외모가 예쁘거나 아름다움의 여부가 아닌 이미지나 형상으로서의 살아온 모습을 의미한다. 자신의 모습을 가꾸어 나가는 문제는 외적으로 꾸미거나 콤플렉스를 감추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면을 채워가며 삶을 배운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답고 단단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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