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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가족들을 위해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틈틈이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기도 하지만 여유가 있어서 그렇지는 않다. 일전에 무언가를 모으는 수집벽이 있었다. 화장품을 색깔별로 구매하고 메모지나 특이한 디자인의 문구류 등을 모으곤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취미가 사라지고 모아왔던 것들도 질리면서 고스란히 버리게 되었다. 엄밀하게 결혼 이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자라서 학생이 되었고 오래전의 내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는 각종 문구류를 브랜드별로 모으고 용돈을 모아 도서를 시리즈별로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피는 못 속인다.'는 옛말이 맞다. 아이가 나를 닮아서 기쁘고 신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위한 삶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개인적인 삶의 목표가 점차 없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루고자 하는 꿈이 사라지고 있는데 그다지 슬프지는 않다. 가족을 위해 살아가며 나의 목표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이 현실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어진 상황이나 일에 대해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부모로서 보여주고 싶다. 물론 목표가 있는 삶은 살아간다면 성공에 가까워지겠지만 그러한 것들을 떠나서 그 순간에 열정을 다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 허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허리를 다친 이후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 올바르게 살아간다고 해서 나쁜 일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지금은 다행히 허리가 많이 호전되었다. 허리를 다치고 불편했던 생활들과 평범한 일상들이 극명하게 대조되다 보니 현재 누리고 있는 소소한 일상들이 매우 소중하다.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아직 미혼인 친구들이 있다. 한 친구는 자신의 상황에 불안함과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직 한국 사회는 다수가 하는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겠지만 아직 이것을 개인 혼자서 세상과 맞서며 극복하기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그렇지만 친구가 굴하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결국, 결혼을 통해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얻는 것이 있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 나 역시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취미 생활에 투자하고 스스로 목표를 이루고자 발전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좀 더 자유롭고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결혼을 해서 가족이 생기고 안정감을 얻었다. 따라서 자신의 처한 상황에 작게나마 행복을 느끼기를 바란다. 보편화 된 삶보다 남과 다른 자신의 삶을 만끽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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